미국 대선의 해, ‘트럼프에 줄 대기’보다 한국 기업에 중요한 것은?

입력
2024.04.27 15:12
“정책 입안·관계자들과 두루 접촉해야
늘어난 대미 투자, 레버리지로 활용을”
워싱턴서 이틀간 ‘K-기업가정신’ 포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결과를 예단하고 특정 정치 세력에 줄을 대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정책 관심이 커지는 시기를 사업 환경 개선 기회로 삼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관계 역량이 기업 경쟁력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미국이 대선을 치르는 올해 미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에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한국무역협회(KITA) 워싱턴지부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기업 플레시먼힐러드 공동 주최로 마련됐다.

일단 기업이 시장만 바라보고 사업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에는 참석자들 간에 이견이 없었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은 공공관계(public affairs) 영역에서 찾아야 한다”며 “미국 정책과 법안에 한국 기업의 가치와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영향력자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론 보머 플레시먼힐러드 워싱턴사무소 부대표는 “정치가 비즈니스, 금융, 무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각종 규제와 정책적 위협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기업 리스크(위험)가 될 수 있는 정치 외적 요소나 노동조합 관련 이슈, 대학 내 논쟁들도 정책 결정자들의 인식과 더불어 지속적인 주시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대선 전 정치·사회적 환경이 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공관계 전문 컨설팅업체 DDC퍼블릭어페어스의 케빈 롤로 최고정치책임자(CPO)는 “극단적으로 양극화한 정치 분위기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정치과 공공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 최근 미국 사회의 특성”이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정치적 결과를 추측하는 대신 다양한 정책 이해관계 집단과 두루 접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엔터 결합한 입체 스토리텔링

한국 기업 입장에서 요즘 미국 내 사업 여건은 나쁘지 않다. 제현정 KITA 워싱턴지부장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은 안보와 공급망 차원에서 한국을 중요한 협력국으로 보고 있고, 한국의 미국 내 제조업 투자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우리의 레버리지(지렛대)를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중소기업학회장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K-기업가(한국 기업가) 정신’에는 국가·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미션이 있다”며 “‘K-컬처(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자산으로 만들어 무역, 글로벌 안보,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이슈와 관련한 메시지를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사고 리더(thought leader)’로 한국 기업이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된 ‘레드 헬리콥터’의 저자이자 한국계 기업인인 제임스 리는 “언어뿐 아니라 감성, 수학, 음악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내러티브와 ‘K-엔터테인먼트(한국 연예산업)’의 성공 요인을 결합한 스토리텔링을 도입하면 다양한 미국 그룹에 소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 기업에 제언했다.

이날 토론은 25일부터 이틀간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미국 연방의회 롱워스 빌딩 등에서 ‘국제K-기업가정신학회(ISKE)’ 창립 행사 형식으로 진행된 ‘글로벌 K-기업가정신 포럼’의 특별 세션이었다. 한국의 혁신 생태계, 한국 경제와 기업이 맞은 미래의 도전과 기회, 한국 기업가정신의 기원 등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 등이 행사 기간 이뤄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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