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도착 전 30~40%가 목숨 잃는 '이 질환'

입력
2024.04.27 06:10
[건강이 최고] 대동맥 박리,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 사망

대동맥(aorta)은 심장에서 우리 신체 기관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크고 굵은 혈관이다.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이기에 흔히 인체의 ‘고속도로’로 표현된다. 고속도로가 손상되면 자동차 흐름에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동맥 박리’가 이와 같다.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大動脈剝離ㆍaortic dissection)’는 대동맥류(大動脈瘤·aortic aneurysm)와 함께 대표적인 대동맥 질환이다. 대동맥 안쪽 혈관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신체 기관에 혈액에 공급되지 않아 목숨을 위협하게 된다.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병원에 오기 전에 30~4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대동맥 박리가 되면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가 사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동맥류 및 대동맥 박리(질병 코드: I71)’ 환자는 2022년 3만6,272명으로 2018년(2만7,429명)보다 32% 증가했다. 또한 연 평균 7.3%씩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류상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 질환은 고령화, 서구적 식습관, 고혈압, 흡연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대동맥 박리는 발생 직후 1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1%씩 상승하며, 48시간 이내 수술을 받지 않으면 5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문 의료팀의 신속·정확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급성 대동맥 박리는 발생 부위에 따라 치료법이나 응급한 정도에 차이가 있다. 가장 응급한 경우는 심장에서 가까운 부분인 ‘상행 대동맥’가 찢어진 경우다. 이때는 진단 후 되도록 빨리 수술적 처치가 이뤄져야 한다. 다른 부위에 발생한 대동맥 박리도 파열 위험성이 증가한 상황이거나 파열이 발생했다면 즉시 수술 또는 시술이 시행돼야 한다.

대동맥 박리 환자 대부분은 동맥경화에 의해 대동맥류(확장증)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30%의 환자에서는 대동맥류가 없는 상태에서도 유전적 질환이나 염증, 대동맥 내벽 문제로 발생할 수 있으며 연령대 또한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류상완 교수는 “다른 대부분의 혈관 질환과 마찬가지로 대동맥 질환도 동맥경화 발생과 악화가 위험 요인”이라며 “위험 요인 조절과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동맥경화 발생 위험 요인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비롯해 흡연·비만·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격히 고령화가 이뤄지면서 덩달아 만성질환이 가파르게 증가해 더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혈관 질환은 뚜렷한 증상이 없이 진행된다. 이후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증상이 생기며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대동맥 박리 원인이 되는 대동맥류도 증상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며, 결국 찢어지거나(박리) 파열되면 극심한 통증과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대동맥 질환은 조기 검진 등 개인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영상의학 발전으로 대동맥류의 조기 진단도 증가하고 있다. 혈관 질환 검진에는 한 번 촬영으로 뇌혈관, 대동맥, 말초 혈관 일부를 검사할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조영술이나 혈관 초음파검사 많이 쓰이고 있다.

류상완 교수는 “미국혈관학회는 만성질환이 있거나 흡연력이 있는 65세 이상, 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으면 혈관 검진을 권유한다”며 “대동맥 질환 위험 요인이 있다면 혈관을 한 번 체크하는 게 좋다”고 했다.

류 교수는 “혈관 질환은 전신 질환이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겼던 환자는 심장혈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대동맥이나 하지동맥 같은 말초동맥에도 동맥경가 진행되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며 “전신 혈관 질환 검진과 함께 합병증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