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자꾸 멈추고 허리 숙여야 편하다면…

입력
2024.04.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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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척추관협착증,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줄면 병 악화

나이 들수록 허리가 굽고 걸을 때 힘이 든다. 흔히 말하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대표적인 질환은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spinal canal)이 좁아진 상태를 말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쉬었다가 다시 걸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2020년 165만 명에서 2022년 177만 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2년 남성 환자는 67만 명, 여성은 109만 명으로 여성 환자가 훨씬 많다. 50~60대 중·장년층에게서 질환이 생길 때가 많으며 4~5 요추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운동량이 많은 요추(허리)와 경추에서 잘 발생한다. 요추관협착증은 허리 통증이 자주 생기며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달리 엉덩이나 항문 쪽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근력 저하가 동반된다. 습하고 찬 환경에서 악화되고 따뜻하게 해 주면 완화된다.

허리를 굽히거나 걸음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서 쉬면 증상이 사라졌다가 다시 걸으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이 같은 증상을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증(跛行症)’이라고 하며 협착 정도가 심할수록 보행 거리가 짧아진다. 종아리·발목·무릎·허벅지를 따라 넓게 감각이 소실되고 저림 같은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척추관 크기는 자세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반적으로 허리를 펼 때 증상이 악화되고 구부릴 때 호전된다. 걷다가 허리를 구부리는 동작은 보통 신경관 공간을 넓히기 때문에 취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며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차 줄어드는데, 이는 병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증상이다.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요추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리고 보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허리디스크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에서는 말랑한 젤리 같은 디스크 물질이 신경을 누르는데, 척추관협착증에서는 뼈·관절 같은 딱딱한 조직이 신경을 누른다. 또한 허리디스크는 빠르게 통증이 진행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걷는 데 불편해지면 척추관협착증이라 치료를 해야 한다. 50% 정도 환자는 수술하지 않고 호전되지만 재발 가능성은 늘 있다. 수술적 치료는 2~3개월간 비수술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고 다리 마비·대소변 기능 장애가 나타나면 수술적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김경모 세란병원 척추내시경센터 과장은 “척추관협착증에 추간판탈출증까지 있는 환자라면 허리를 비틀며 움직일 때 튀어나온 디스크로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가벼운 물건이라도 허리를 구부려 들지 않고 반드시 앉은 자세에서 몸과 물건을 밀착시켜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김 과장은 “담배는 요통에 좋지 않고, 허리 근력 강화 운동, 스트레칭과 수영 등이 요통 완화에 도움 된다”며 “같은 자세를 오래 지속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서 있는 것보다 척추 하중이 훨씬 크므로 오래 앉아야 한다면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