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많은 여성들의 고민거리다. 배우들 역시 경력 단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가운데 몇몇 여성 연기자들은 빠른 복귀에 성공해 시선을 모았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로 시청자들을 만난 배우 이정현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기생수 전멸을 위해 모든 것을 건 기생생물 전담반 더 그레이 팀의 팀장 준경 역을 맡았다. 이정현은 제작발표회에서 "출산 후 3개월 만에 촬영에 들어갔다. 제가 들어야 했던 장총이 5kg이었기 때문에 너무 무거웠다. 제가 팔근육이 없었다. 그래서 3kg 아령들을 주변에 두고 액션 전에 들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4월 득녀했다.
배우 이하늬 역시 출산 후 빠르게 현장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 2월 종영한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통해 안방극장에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하늬는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수절과부 조여화 역을 소화하며 액션 연기를 펼쳤다. 2022년 6월 딸을 품에 안은 그는 출산 후 6개월 째부터 액션스쿨을 찾아 와이어를 탔다. 이하늬의 열정에 힘입어 완성도 높은 조여화 캐릭터가 탄생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에 의하면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크게 줄었다. 유자녀 여성은 28%에서 24%로 미세하게 개선됐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개인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여성들은 출산, 육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중이다.
배우들에게도 출산 후 복귀는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톱스타 김희선에게도 두려움은 있었다. 그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6년을 쉬었다. 그때 조금 위축되는 게 있었다. 아이를 안고 젖병을 물리면서 TV를 보는데 나랑 같이 활동했던 배우들이 좋은 작품을 하고 있더라. 나만 처지는 것 같았다. '이제 애 엄마는 안되나'라는 생각에 혼자 괴로워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김희선을 비롯한 몇몇 스타들은 결국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냈다. 이하늬는 '밤에 피는 꽃' 제작발표회에서 "다시 돌아올 일터가 있어서 감사했다. 엄마가 된 다음에 내 꿈을 좇아서 가는 게 너무 이기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떻게 나의 꿈을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출산 후 빠른 복귀는 배우에게도, 그 주변의 제작진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연기자들은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했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배려해 줬다. 스타의 성공적인 활동 재개는 많은 여성들에게 위로를 선물하는 중이다. 연예계는 물론, 일상에서도 여성이 더욱 행복하게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