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다. 광역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잇따라 폐지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전국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26일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의결했다. 재석 의원 60명 전원이 찬성했다. 상정에 반대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112석) 중 76석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 소속 시의회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폐지안을 심의, 의결했고 곧바로 오후에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특위에는 민주당 소속 위원들도 있었지만, 지난달 특위 연장에 반발해 전원 사퇴한 상황이었다.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폐지안을 교육위원회에 상정하려 했지만, 반대 측 시민단체가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법원이 이를 인용해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시의회는 우회로인 특위를 통해 상정을 시도해 결국 통과시켰다.
학생인권조례는 성별, 성적 지향, 종교 등을 이유로 학생들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조례다. 2010년 경기에서 처음 제정된 뒤 광주·서울·전북·충남·인천·제주 등 7개 시도에서 차례로 제정됐다. 이후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교사들의 학생 지도와 교육활동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 탓에 교사의 권리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며 폐지 논란이 가열됐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으나 실제 폐지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시의회에 재의 요구(거부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의를 요구받은 시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이 의결하면 그 의결 사항이 확정된다. 다만 재의결됐더라도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줄곧 조례 폐지를 반대해 온 조 교육감은 이날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최소한의 인권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와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또 이날부터 72시간 동안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지난 24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의회에서 조례 폐지안을 의결한 충남 역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당시 표결은 충남교육청이 재의 요구를 해 이뤄진 거라 이제 대법원 제소 절차만 남았다. 충남교육청은 “그동안 안정적으로 추진해오던 학생인권 보호 정책이 후퇴될까 우려된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필요한 법률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인권조례 존폐를 둘러싼 갈등은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2대 총선 공약으로 학생인권법을 제정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학생의 기본권을 담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