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만 바라보다 민낯 드러낸 '아시아 종이 호랑이'

입력
2024.04.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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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 수비 불안으로 치명적 위기 맞고
단조로운 공격으로 답답함 자아내
"유럽파 합류했어도 결과 달라지지 않았을 것"


출항 전부터 유럽파 차출 불발 등 악재가 겹쳤던 황선홍호가 결국 올림픽 최종예선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유럽파만 바라보다 민낯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전후반과 연장 120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는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파리행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함으로써 파리행이 좌절됐을 뿐만 아니라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꿈도 무산됐다.


"백업 플랜 있어 문제없다"더니... 실망스러운 경기력

한국은 앞서 이번 대회 모의고사라 할 수 있는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두며 파리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대회 직전에 최전방과 중원, 수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가 소속팀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하게 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황 감독은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답답하고 안타깝다"면서도 "백업 플랜이 있어 큰 문제는 없다. K리그 선수들이 저력과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에서 황선홍호가 선보인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수비 불안 문제가 컸다. 한국은 매번 불안한 수비로 상대팀에 결정적 찬스를 내준 뒤 가까스로 막아내는 아슬아슬한 경기를 이어갔다. 특히 중국전에서는 엉성해진 수비와 잦은 패스 미스로 중국에 유효슈팅 5개를 허용했는데, 골키퍼 김정훈(전북현대)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모두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위기였다. 한일전에서도 일본이 후반전에 순간적으로 몰아친 2~3차례 슈팅을 막지 못하며 실점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단조로운 공격과 낮은 골 결정력도 문제다. 한국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볼 점유율 60~70%대에 슈팅 수 10개 이상을 기록하고도 득점은 각각 1개, 2개에 그쳤다. 골대 바로 앞에서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8강서 전술 부재 폭발... 조직력 한계 드러내

수비 불안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잦은 패스 미스, 그리고 미지근한 공격은 결국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수비가 완벽하게 무너지며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은 것은 물론, 텅 빈 뒷공간으로 향하는 상대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도 잇따라 연출됐다. 중앙으로 침투하는 대신 사이드에만 머물며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어중간한 수비를 조직화된 2대1 패스로 뚫으며 전진했고, 이를 득점으로 연결해 감탄을 자아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뚜렷한 전술이 보이지 않아 당혹스러울 정도였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유럽파가 함께 뛰었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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