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스포츠

입력
202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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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일반적으로 개인 또는 팀이 경쟁적 환경에서 규칙에 따라 신체적 능력을 사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활동을 말한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거나 특정 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말한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스포츠와 선거는 서로 경쟁하고 승부를 본다는 점에서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경마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대표적이다. 이는 스포츠인 경마와 저널리즘이 결합한 용어로, 선거 뉴스 보도가 마치 경마를 보는 것처럼 누가 앞서 나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보도 방식을 말하는데, 정책이나 실질적 이슈보다는 여론조사 결과, 후보 간의 경쟁 순위, 선거에서의 승리 가능성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설명할 때 쓰이는 용어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나 선거처럼 승부를 보는 행위에 왜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가 쏠릴까.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동일시(Identification)와 모호성(Ambiguity)의 개념을 통해 두 현상 간의 중요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겠다. 동일시는 개인이 다른 사람 또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하게 느끼는 심리적 과정을 말한다. 스포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와 강한 동일시를 한다. 이러한 동일시를 통해 팬들은 팀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간주하며, 팀이나 선수의 성취를 통해 개인적인 자긍심을 높인다. 선거과정에서도 많은 유권자들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과 강한 동일시를 한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의 승리를 개인적인 성공과 직결되는 것으로 여기며, 이는 투표 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모호성은 승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미하는데, 스포츠 경기에 흥미와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팬들이 경기를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선거 결과 역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 선거 캠페인 동안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지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모든 사회적 현상들이 그러하듯, 스포츠나 선거에서도 이러한 동일시와 모호성이 지나친 경우에 문제가 생긴다. 자신이 지지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동일시가 지나치면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나 태도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경쟁하는 상대방을 근거 없이 비난하고 저주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국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 용어는 '국가'를 뜻하는 '국'과 마약을 의미하는 '뽕'(필로폰의 속어)을 결합한 말로, 마약처럼 국가나 민족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과 열정이 마치 중독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의미다. 과도한 국뽕은 스포츠를 통한 경쟁을 개인이나 국가 간의 대립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이나 국가 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성공과 승리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스포츠의 가치와 정신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

선거에서도 일종의 '국뽕'에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10일 총선에서도 당연히 승자가 있고 패자도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승자가 되었을 수도 패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승자에 대한 축하와 패자에 대한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뽕에 취해 상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페어플레이, 존중, 정직, 그리고 동료 및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스포츠맨십을 우리 정치판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