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성착취를 일삼아 이른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확산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유죄 판결이 25일(현지시간) 뉴욕주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다만 무죄 취지가 아니라, 검찰의 공소 유지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취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주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4 대 3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하급심 재판에서 와인스틴의 공소 사실(혐의)과 무관한 여성들을 법정에 세워 증언하도록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유죄 판결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와인스틴은 여배우 지망생, TV프로덕션 보조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2018년 기소됐고, 2년 후 뉴욕주 1심 법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뉴욕주 항소법원도 2022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와인스틴 측은 1심 재판에 대해 항소하면서 “검찰이 기소에 포함되지 않은 여성 3명을 증인석에 세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는데,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주 대법원은 와인스틴 측의 이러한 항의를 수용, 1심 재판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와인스틴은 뉴욕주에서 새로운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와인스틴이 석방된 것은 아니다. 그는 2004∼2013년 베벌리힐스에서 여성 5명을 성폭행한 혐의로도 2022년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로 이송돼 계속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뉴욕주 대법원 판단에 대해 “사법 시스템에서 성범죄 피해자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구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준다”고 짚었다.
영화 배급사 미라맥스 설립자인 와인스틴은 1990년대 이후 할리우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2017년 그의 성착취 행각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앤젤리나 졸리·애슐리 저드 등 유명 여배우까지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미투 운동 물결이 전 세계에서 거세게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