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개저씨들이..." 욕설·눈물 범벅 민희진 회견에 여론 반전?

입력
2024.04.26 04:30
25일 기자회견서 경영권 탈취 시도 부인
방시혁 등 하이브 경영진 공격하며 욕설도 
거친 회견 후 "민 대표 응원"...여론 엇갈려


“저 솔직히 속 시원해요. 제가 나쁜 O이지만 않으면 돼요. 저는 명예가 너무 중요한 사람이에요.” (민희진 대표)

눈물과 욕설과 하소연, 비난으로 뒤범벅된 기자회견이었다. 25일 모회사 하이브로부터 경영권 탈취 시도(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어이없는 듯 웃다가 감정에 북받쳐 울다가 분노에 휩싸여 욕설을 하며 2시간여 동안 토하듯 속내를 쏟아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컨퍼런스센터에는 200여 명의 기자들이 복도까지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많이 모여들어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와 민 대표의 내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민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당황하며 “(플래시 불빛과 셔터 소리에) 집중이 안 돼 말을 할 수 없다”면서 사진 취재 중단을 요청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이전 직장인 SM엔터테인먼트를 그만둔 뒤 하이브에 영입된 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뉴진스 멤버 다섯 명의 캐스팅 과정 △방시혁 의장이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레이블)인 쏘스뮤직의 소성진 대표와 함께 걸그룹 르세라핌을 어도어 걸그룹 뉴진스보다 먼저 데뷔시킨 경위 △하이브 경영진과 어도어의 갈등 등을 설명했다.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는 하이브 주장도 강하게 반박했다.

민 대표는 방 의장,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격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이내 ‘개저씨’ ‘O발 OO’ ‘양아치’ ‘미친 O’ 등 원색적인 표현과 욕설을 쏟아냈다. 하이브와의 계약 조항을 언급하려 한 것을 비롯해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자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회견에 배석한 변호사 두 명이 민 대표를 저지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방 의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인) 에스파 밟을 수 있죠?”라고 보낸 메시지도 공개했다.


"뉴진스 멤버들이 다들 전화해서 막 울었어요"


민 대표가 지난해 데뷔시킨 뉴진스 멤버들을 언급할 땐 “내 새끼 같다”면서 매번 눈시울을 붉혔다. “애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제가 이렇게 고통당하고 있으니까 밤에 다들 전화해서 막 울어요. 대표님 불쌍해 죽겠다고. 해린이는 원래 말도 없는 애인데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고 하고, 혜인이는 자기가 고마운 게 너무 많은데 나를 못 도와줘서 미치겠다는 거예요.”

격앙된 민 대표는 “(어도어의) 대표가 아니어도 뉴진스와 하려던 일만 하면 된다” “이젠 욕심도 없고, 뉴진스를 더 이상 안 맡아도 된다” “그냥 나 하이브에 있어도 돼요” “어쩔 수 없어 (하이브에서) 나가야지” 등 모순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회견은 민 대표 측이 회장을 빠져나가기까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를 맞고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뉴진스는 다음 달 25일 신곡을 들고 컴백한다. 이후 일본에서 공식 데뷔하고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팬미팅도 연다. 민 대표는 “뉴진스 컴백 직전에 (하이브가)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이야말로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배임 행위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민 대표가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 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쏘아붙였다.

여론 반전?... 뉴진스 팬들 중심 "민 대표 응원한다"


그러나 하이브가 어도어 내부 감사를 시작한 지난 22일 이후 민 대표에게 불리하게 흐르던 여론은 뉴진스 팬들을 중심으로 다소 역전됐다. 기자회견 전까지 중립을 지키던 뉴진스 팬들은 민 대표의 입장을 들은 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우호적인 글을 쏟아냈다. “명확한 해명 없이 눈물과 욕설로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일부 있으나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민 대표가) 뉴진스와 일에 진심이라는 진정성은 통한 것 같다” “좋게 끝날 것 같진 않지만 민 대표를 응원하게 됐다” “뉴진스 멤버들의 의리에 감동했다” “다른 그룹 팬인데 돌판(아이돌 세계)의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뉴진스의 팬이 될 것 같다” 등 호의적인 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한숨을 쉬며 한국일보에 말을 꺼낸 한 관계자는 “국내·외 팬들에게든,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에게든, 지망생과 연습생에게든 업계의 치부를 보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 업계의 종사자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K팝 업계나 멀티 레이블 체제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자신의 커리어를 걸면서까지 용기를 낸 것은 높이 살 만하다”고 평했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