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원내대표 무혈입성 확실시… '친명 단극 체제' 수순 밟는 민주당

입력
2024.04.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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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까지 원내대표 출마 포기 선언
원내대표 1인 후보는 전례를 찾기 어려워
"민주성 훼손 행위"...내부 우려도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거대 야당을 이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친이재명(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의원의 무혈입성이 유력해졌다. 박 의원이 공식 출마를 선언한 직후 경쟁자로 꼽힌 의원들이 모두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 이재명 대표 거취를 고려하면, 민주당 리더십은 '친명 단극 체제'로 굳어지게 됐다.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혔던 박주민 의원은 25일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불출마한다"며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추후 제 역할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다음 달 3일 예정된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는 박찬대 의원만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6일까지 후보자 접수는 열려 있지만, 후보군들이 잇따라 출마 의사를 접었기 때문이다. 김병기 김성환 서영교 의원 등 친명계에서부터 출마 포기 선언이 이어졌고, 총선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김민석 한병도 의원도 출마 의사를 접었다. 앞서 민주당은 원내대표 후보가 1명일 경우 찬반 투표를 통해 과반 찬성을 얻는 방식으로 선출 방법을 결정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단독 후보가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05년 정세균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원이 단수 후보로 출마해 원내대표로 추대된 적은 있지만, 당시는 천정배 원내대표가 임기 도중 사퇴하면서 빠르게 당을 수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 중진 의원은 이날 "정세균 원내대표 추대 때와 달리 이번엔 자의적인 과정이 아니다"라며 "주류에서 사전에 후보 구도를 정리한 것으로 민주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우려했다.

180석의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과 비교해도 일반적인 과정은 아니다. 21대 총선 직후 치러진 1기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문재인계 김태년 전해철 의원과 친명계 정성호 의원 간 3파전이 벌어졌다.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주류였던 친문계 내부에서도 경쟁이 이뤄졌다. 이에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도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겨냥해 "이렇게 당이 흘러가도 아무 소리 안 하는 것은 일사불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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