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당선자가 25일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험지 당선 비결'이 당과 반대였다는 것은 사실상 4·10 총선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김 당선자는 당의 주된 선거 전략이었던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을 입에 담은 적도, 지난 4년간 중앙당에서 내려보낸 현수막을 거리에 내건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당에선 이런 거(현수막) 걸어야 공천 가능하다고 했는데, 저걸 걸면 그래봤자 본선에서 떨어질 거 같았다"며 "이젠 수도권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선거 보름 만에 처음으로 당 차원 패인 분석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로 나선 외부 전문가들과 당·낙선자들은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영남 자민련' 우려부터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까지 날 선 지적을 쏟아냈다.
이날 토론에서는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가 이어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번 총선 여당이 경기 지역 60개 의석 중 단 6석만을 얻은 점 등을 지적하며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당)', '사포당(40대를 포기한 당)'이라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영남 자민련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당', '시민 대부분 생각과 동떨어진 정당', '슈퍼맨을 기대하며 어쩌다 승리하는 정당'이라고 평가하면서 "과연 이걸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낙선자 자격으로 참석한 김종혁 전 경기 고양병 후보(당 조직부총장)는 총선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추락하는 경제에 '나 몰라라' 하는 정치 △이조심판이라는 전략적 오판 등을 꼽았다. 특히 2년간 축적된 대통령 내외의 부정적 이미지가 총선 전 '이종섭·황상무', '대파·의대증원' 등 이슈와 만나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다고 분석했다. 김 전 후보는 "우린 2년 내내 대통령 PI(President Identity·리더의 이미지)에 대해 아무것도 안 했고 완전 망했다"며 "격노해야 할 건 국민인데 왜 언론에서 툭하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표현이 나오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영남 자민련'을 탈피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며 "영남 당선자들께서 일부러라도 자기희생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지영 부산 동래 당선자도 "그간 보수 정당에 씌워진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유능하고 실력 있는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표심을 견인해왔지만, 이젠 능력마저 없어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의원 평가제도' 도입, 위성정당 문제 공론화, 대통령실 상대 민심 보고서 작성 등 당정 소통 강화 등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당장 영수회담에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5만 원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한 여당의 입장도 용산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은 토론회 직후 "지적한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 당을 혁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드는 데 좋은 약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원장·원내대표 인선 등에서 영남권 민심 편중 지적이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냐는 질문엔 "당선자 총회, 중진 의원 간담회 등 여러 들은 얘기를 종합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겠다"며 "원내대표는 당선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서 하면 된다"며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