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스타, 이젠 생일 카페까지? 아이돌 안 부럽네

입력
2024.04.30 08:00
생일 카페 개최 알린 조진웅·설경구·최민식
'할꾸' 신드롬…중년 스타들의 아이돌화 된 행동

생일 카페는 아이돌이나 젊은 연기자들의 팬덤이 즐기는 문화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중년 배우들과 팬들도 생일 카페 문화를 누리고 있다. 조진웅 설경구 최민식 등이 여기에 속한다.

조진웅의 생일 카페는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그는 자신의 생일 카페에 '투표하고 오세요. 조진웅 올림'이라는 문구가 쓰인 입간판을 보내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조진웅의 생일 카페 참석 후기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5월에는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의 소유자인 설경구의 생일 카페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최근 영화 '파묘'를 통해 뜨거운 인기를 누린 최민식의 생일 카페도 열릴 예정이다. '곰아저씨 생일잔치'라는 이름을 내세운 생일 카페는 오는 6월 최민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생일 카페는 1962년생 최민식에게 새로운 전성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카페를 빌리고, 그 안을 스타 관련 물품으로 채운 공간인 생일 카페는 보통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팬덤 문화다. 자연스레 인기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년 스타들의 생일 카페 진행은 이들의 팬덤의 연령대가 확장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중년 스타들의 '아이돌스러운' 행동, 매력은

그간 많은 중년 스타들이 대중성을 자랑해 왔지만 열성적인 젊은 팬덤의 확보는 어려웠다. 10대, 20대, 30대는 대부분 비슷한 연령대의 스타에게 빠져들었다. 팬들의 시간과 노력이 아낌없이 투자돼야 하는 생일 카페를 중년 배우들과 관련해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중년 스타들의 아이돌화 된 행동들은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젊은 팬들을 만들어냈다.

무대인사 현장에서 보여준 행동들이 아이돌화 된 모습의 대표적인 예다. 팬들이 머리띠, 왕관 등을 씌워주는 것은 대표적인 아이돌 문화인데 최민식은 팬들과의 만남에서 이러한 액세서리들을 거부하지 않고 착용했다. 최민식의 특별한 팬서비스 덕에 '할꾸(할아버지 꾸미기)' 신드롬까지 생겼다. 설경구는 '자산어보'의 무대인사에서 고양이 머리띠를 썼고, 조진웅은 생일 카페에서 공주 액세서리 세트를 소화했다.

그런가 하면 아저씨스러운 모습으로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들과 차별화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민식은 팬이 준 머리띠로 머리카락을 모두 넘겨 이마가 드러나도록 했다. 조진웅은 생일 카페에서 사인을 해주며 휴대폰으로 야구 경기를 보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이돌에게 팬들이 할 법한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아저씨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중년 스타들은 대중을 웃게 만들었다. 그 결과 두터운 팬층이 생겼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생일 카페 문화를 '트렌드'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본지에 "생일 카페가 아이돌만의 문화로 보이지만 (중년 스타 중) 누군가 물꼬를 튼다면 '이제는 우리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중년 배우의 생일 카페 개최 소식은 남자 연예인을 중심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기 있는 중년 여배우의 생일 카페가 활발하게 열린다면 마찬가지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생일 카페를 했을 때 여성 팬들이 주로 올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성 연예인들의 생일 카페가 많이 열리는 듯했으나 최근 여배우에 대한 여성 팬층이 상당히 두터워졌다. 여성 배우들의 생일 카페가 잘 개최되지 않았을 뿐이다. 워너비 여배우의 생일 카페가 열린다면 많은 팬들이 모일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팬덤 문화의 확장은 대중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기는 중이다. 앞으로도 팬들을 웃게 만들어줄 스타들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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