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지난해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숨진 롯데건설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노동계는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매해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단체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산재캠페인)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롯데건설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건설현장 내 추락사망사고 제로(ZERO)’를 목표로 하면서도 사망 노동자 5명 중 4명이 추락사했다고 단체는 밝혔다.
단체가 밝힌 롯데건설 사망사고 사례를 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건설현장에서 철제구조물 고정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10m 높이에서 지하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크레인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19m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산재캠페인은 “추락이나 끼임 등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은 ‘과실로 인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기업이 ‘위험을 방치해서’ 발생한 구조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공동 2위에는 각각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한화와 현대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한화는 연이은 노동자 사망으로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의 현장 감독 대상에 올랐지만, 이달에도 사망사고 1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현대건설 역시 잇따른 노동자 사망으로 지난해 10월 고용부 감독을 받았지만 올해 2월 1건의 사망사고가 더 일어났다. 현대건설은 2021년 노동자 6명이 사망해 그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살인기업 특별상’에 선정됐다. 배달 라이더 산재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 회사의 산재 인정 건수는 2022년 1,837건, 지난해(1~8월) 1,273건으로 각각 전체 사업장 중 1위였다. 지난해에는 5명의 사망산재가 발생했다. 산재캠페인은 “라이더 사망사고가 ‘운전자 과실’ 판정을 받아 산재보험 신청을 못 하거나 산재보험 대상이 안 된다고 생각해 신청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사망 노동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와 기소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공동 특별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산재캠페인단은 “지난 2년간 근로자 수 50인 이상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500명인데, 검찰이 기소한 사건 수는 46건에 불과하다”며 “중대재해법이 정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 권력에 맞서 시민과 노동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검찰 본분을 다하길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