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낙인찍힌 산재보험... "표준 요양 가이드로 관리해야"

입력
2024.04.25 16:40
한국노총 '산재보험 문제점·개선방안' 토론회
고용부 '산재 카르텔' 감사 이어 개선 TF 운영
현장선 "선량한 산재 환자 나이롱 매도" 분노
"일률적 요양기간 제한보다 치료 가이드 마련"

정부가 산재 장기요양 환자의 부정수급을 문제 삼아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대대적 감사에 이어 제도 개편에 나선 가운데, 산재 요양 장기화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려면 '상병별 표준 요양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아울러 일부 부정수급 사건을 들어 무고한 산재 노동자까지 '카르텔'로 몰아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한국노총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산재 노동자가 바라보는 산재보험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연말 두 달간 느슨한 산재 승인과 요양 관리로 '산재 카르텔'이 발생했다며 특정감사를 벌였다. 이어 올해 1월부터는 전문가 중심의 '산재보상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산재 신청·승인 및 요양 제도 개편 등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의 '카르텔 몰이' 이후 재요양 승인이 지연되거나 문턱이 높아지는 등 애꿎은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최근 발표된 한국노총 설문조사에서도 산재 노동자 셋 중 한 명(36.1%)꼴로 특정감사 이후 부당한 산재 판정 결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동식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실체 없는 산재 카르텔을 운운하고 산재 환자들을 나이롱 환자로 매도한 것은 선량한 산재 노동자와 그 가족을 두세 번 죽인 만행"이라며 성토했다. 그는 당사자 중심 산재 관련 위원회 활성화, 간병료 및 간병급여 현실화 등을 촉구했다.

환자 회복 단계마다 의료기관이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요양 지침을 담은 가이드를 마련해 장기요양의 문제적 실태를 개선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앞서 고용부는 전체 산재 요양환자 중 6개월 이상 장기요양 환자가 절반(48.1%·2017~2023년 평균)에 달한다며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이 없는 게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제안자인 원종욱 연세대 의대 산업보건연구소장은 "산재 환자 요양기간이 필요 기간보다 길다는 것은 산재보험 자원의 낭비를 뜻하므로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 기저에 도덕적 해이 이상의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재 환자 요양기간이 같은 질병의 건강보험 환자보다 긴 것은 높은 중증도, 직장 복귀가 가능할 때까지 회복 및 재활을 하게 되는 점, 산재 이후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려는 심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원 소장은 고용부가 언급한 '표준요양기간' 설정에는 회의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같은 상병이어도 산재 노동자 직업에 따라 필요한 요양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허리를 삐는 요추염좌도 사무직 노동자는 늦어도 7일 내 직장 복귀가 가능하지만 서서 일하거나 허리 부담이 있는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더 긴 요양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률적 기간을 정하기보다 단계별 치료 요양 가이드를 만들어 놓으면, 그에 기반해 근로복지공단도 의료기관이 도덕적 해이 없이 제대로 된 치료를 하는지 등을 확인·점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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