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이 쓰레기 190만 개 뒤졌다... "코카콜라, 플라스틱 오염 주범"

입력
2024.04.25 15:30
"56개 기업, 전 세계 오염 절반 책임"
펩시·네슬레·다농 식음료 기업 최대
연구진 "기업에 오염 책임 물어야"

지구의 숨통을 막는 최악의 플라스틱 오염원을 과학이 찾아냈다. 코카콜라와 펩시가 쏟아낸 '콜라병'이 최대 원흉으로 지목됐다. 전 세계 10만여 명이 5년에 걸쳐 수백만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뒤져낸 결과다. 연간 4억 톤에 달하는 '페트병 재앙'의 책임을 이들 기업에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글로벌 생산자의 책임'이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이에 따르면 56개 기업이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었다.

기업별로는 코카콜라가 전체의 11%로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았다. 펩시콜라(5%)와 네슬레(3%), 다농(3%) 등 다른 글로벌 식음료 회사가 그 뒤를 이었다. 세계 담배 1위 기업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모회사 알트리아(2%)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자원봉사자 10만여 명, 187만 개 제조사 확인

연구진은 총 187만3,634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제조사를 일일이 확인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제조사 식별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이 가운데 약 91만 개였다. 지난 5년(2018~2022년)에 걸쳐 6개 대륙 84개국에서 1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돼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해 이번 조사를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생산량이 1% 증가할 때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도 같은 비율(1%)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 톤에 달한다. 플라스틱은 처치 곤란 상태로 강과 바다로 버려지는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건 물론 인간에게도 유해하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도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생산이 곧 오염"... 기업에 책임 물어야

이들 기업에 플라스틱 오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플라스틱) 생산이 곧 오염"이기 때문이다. 미국 '더 5 자이어스 연구소'의 마르쿠스 에릭센 플라스틱 오염 전문분석가는 "업계는 책임을 (플라스틱을 사용하는)개인에게 돌리지만, 기업들이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는 것"이라며 책임론을 강조했다.

기업들도 반응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포장재 100% 재활용 계획을 밝혔다. 네슬레도 지난 5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15% 감축했다며 향후 폐기물 재활용 계획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영국 가디언은 "2000년 이후 플라스틱 생산량은 두 배 증가한 반면,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조아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