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인류의 일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왔다. 일하는 시간을 감축하는 기술·서비스가 도처에 널렸는데 왜 현대인은 아직도 업무에 짓눌려 있는 걸까.
2022년 책 '가짜 노동'(자음과모음 발행)으로 현대인들이 가짜 노동이라는 그물에 포획돼 있음을 폭로한 덴마크 인류사회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이번엔 새 책 '진짜 노동'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직장에서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가짜 노동)이 어떻게 개인의 과잉 노동을 유발하는지를 탐구했다면, 이번 책은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며 '진짜 노동'의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가짜 노동이 만연한 기업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 명확한 언어 대신 미사여구로 가득한 '공허한 헛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 직원에게 자율적 결정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인사 부서, 커뮤니케이션 부서 등 지원 부서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하려 노력하지 않고 관료주의적으로 일한다. 개인들은 스스로 쓸모없고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해고당할까 봐 솔직해지지 못한다. 회의, 성과 측정, 결재 등 개인의 창의성을 짓밟고 가짜 노동을 부추기는 관습이 팽배하다.
책은 궁극적으로 '가짜 노동'에 대한 개인과 조직의 비판적 감각을 재건해 삶을 더 낫게 만들자고 주장한다. 가짜 노동에 갇힌 시간을 해방시켜 진짜 일을 하자는 거다. 회의는 디지털로 짧게 진행하기, 필요 없는 일은 무시하기, 메일에 전체 답장하지 않기 등은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작고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 저자가 제시하는 일상 속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