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소, 트럼프 만났다... '양다리 외교' 늘자 바이든 심기 불편

입력
2024.04.24 19:30
일본 여당 2인자와 미일·북한·중국 논의
외국 정상급 인사 연이어 만나는 트럼프
바이든 측 심기 불편… "대선 개입 말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와 만나 미일 관계와 북한, 중국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와 외교 문제를 논의하며 미국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측 "일본 방위비 증액 높이 평가"

일본 교도통신과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소 전 총리와 미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 아소 전 총리는 현재 자민당 부총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아소 전 총리의 두 번째 시도 끝에 이뤄졌다. 아소 전 총리는 지난 1월 뉴욕을 찾아 물밑 접촉을 시도했으나 당시 공화당 경선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아소 전 총리를 추어올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트럼프타워 입구에서 아소 전 총리를 맞으며 "일본과 그 밖에서 매우 존경받는 사람"이라며 "일본과 미국, 그리고 많은 다른 일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떠올리며 "(아소 전 총리는) 매우 귀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다. 나는 그가 그립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소 전 총리는 아베 전 총리 재임 때 부총리를 지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했고, 정상 간 골프 회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인들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본은) 위대한 나라"라며 "우리는 일본 사람들을 정말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회동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회동 이후 낸 성명에서 "두 사람은 미일 동맹이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안정에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며 "중국과 북한의 도전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바이든 측 불쾌해한다' 질문에 "개인 일정"

일본 입장에서 이번 회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대비해 관계 구축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최근 외국 정상급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만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8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2월 24일에는 하비에르 말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났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광폭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앞서 지난 22일 "마크 스탠리 주아르헨티나 미국 대사가 아르헨티나 외무장관과 면담하며 '다른 국가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아소 전 총리의 방미가 정부 방침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에 출석해 '바이든 행정부 측이 불쾌감을 내비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소 전 총리의 방미) 시기가 적절했냐'는 질의에 "의원 개인 자격으로 간 것으로 안다.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