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경영진과 모회사 하이브 간의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어도어가 하이브가 요청한 '민희진 대표 등의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 관련 감사 질의서'에 24일 답변을 보냈다. 이날은 감사 질의서의 답변 시한이다.
어도어가 하이브에 "답변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해 답변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하이브의 감사 질의서에는 민 대표와 측근 임원의 경영권 탈취 시도, 외부 투자자 접촉 의혹, 회사 기밀 유출 등과 관련한 질문 30여 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에 대해 민 대표는 "회사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어떤 투자자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한 상태다. 그는 하이브가 최근 데뷔시킨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꼈다는 등의 내부 고발을 한 것이 자신이 해임 요구를 받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이브의 회사 정보자산 반납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반납 시한은 23일 오후 6시까지였다.
가요계에서는 양측 분쟁이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각각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이달 30일 이사회 소집도 요구했다. 어도어 이사회는 민 대표의 측근으로 구성됐다. 어도어가 이사회 소집을 거부하면 하이브는 곧바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가처분 신청에 나설 전망이다. 임시주주총회 개최까지는 통상 2개월가량 걸린다. 이후 소송전이 이어질 경우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뉴진스의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다만 하이브와 어도어는 모두 뉴진스의 다음 달 컴백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팝 팬들의 여론은 민 대표에게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민 대표가 하이브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아일릿은 뉴진스 카피(베끼기)'라고 언급한 것이 화근이 됐다. 데뷔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신인 그룹에게 유명 제작자가 '아류'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22일 민 대표가 공식 입장문에서 "뉴진스 멤버 및 법정대리인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됐다"며 뉴진스 멤버를 끌어들인 것도 뉴진스 팬들을 불편하게 했다. 민 대표가 라이즈, 투어스 등 다른 아이돌그룹들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해당 그룹의 팬들까지 그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24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선 "민희진은 더 이상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말라" "버니즈(뉴진스 팬덤)는 하이브 소속 뉴진스를 지지한다" "민희진은 타 아티스트 비방을 즉시 멈춰라"는 내용의 전광판을 실은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진스는 다음 달 24일 신곡 발표와 함께 국내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며, 6월 21일 일본에서도 신곡을 발매하며 일본에서 정식 데뷔한다. 같은 달 26, 27일 일본 가수들 사이에서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팬미팅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