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SDX재단 주최로 열린 '리월드포럼 2024'에 발제자로 참석한 백승택 LS일렉트릭 전력그리드팀장은 중소기업들의 RE100 인지도가 낮은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RE100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사용 전력의 전력원별 비중을 살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가 얼마나 모자라는지 아는 게 기본인데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 팀장은 "글로벌 기업이 RE100을 제대로 실행할 것을 요구하면 전혀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은 'RE100 실현 전략과 대중소기업 탄소중립 상생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RE100은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 연설을 맡은 최정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싱가포르 시니어 파트너는 "RE100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글로벌 캠페인이고 실제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RE100 참여 기업은 2014년 12개에서 지난해 423개로 빠르게 증가했고 이 중 한국기업은 36개다. RE100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참여 기업들은 2030년까지 60% 이상, 2040년까지 90% 이상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단계를 밟게 된다.
RE100 참여 글로벌 대기업이 늘어나면서 해당 글로벌 대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들에도 RE100 달성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상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장은 "유럽, 미국 등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RE100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따라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논의의 초점은 국내 중소기업에 맞춰졌다. RE100을 이행하지 못하면 글로벌 대기업과 맺어온 납품 관계가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납품하는 국내 대기업의 RE100 달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날 포럼에서 최정규 BCG 시니어 파트너는 "이젠 은행들이 새로 대출하는 과정에서도 친환경 관련 요소를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중소기업이 RE100을 달성하거나 탄소를 절감하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면 (관련) 대기업의 경쟁력도 함께 취약해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업이 중요한 기업들은 공급망 내 협력 업체들을 상대로 '탄소 상생'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360여 개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대응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속한 LVMH 그룹은 공급망 내에 원자재, 운송 분야 업체들이 줄여야 하는 탄소 배출량을 제시하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학습 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LS일렉트릭은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사용 전력량과 패턴을 분석해 △합리적 전력 사용 전략 △소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로 재생에너지 자체 공급 등 해결책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포럼에서는 "이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흐름이 더 넓게 퍼져야 한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대·중소기업을 상대로 탄소배출 컨설팅을 하는 서영환 미라콤아이앤씨 상무는 토론에서 "대기업들이 RE100 탄소배출과 관련해 제조공정 전반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며 "그런데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올려주는 등 혜택을 충분히 주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