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중국의 경제 지표와 달리 요식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이 최근 반등했지만 실질적인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외식 시장 위기 속에서 이른바 '가난뱅이 메뉴'로 불리는 저가 음식 상품만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 시나파이낸스와 대만 중앙통신은 24일 중국 기업 정보 제공 업체 '치차차' 자료를 인용, 올해 1분기 중국에서 폐업한 요식업체가 45만9,000곳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급증한 수치다. 반대로 이 기간 새로 문을 연 요식업체는 73만1,000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줄었다. 또 지난해 중국에서 문을 닫은 요식업체는 136만여 곳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치차차는 전했다.
문을 닫는 식당이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개업 식당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차이둥증권의 우웬더 분석가는 "대체로 휴일과 명절에만 소비가 집중되고 일상생활에서는 보수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강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4.6~4.8%)를 훌쩍 뛰어넘는 5.3%를 기록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춘제(중국의 설·2월 10~17일)와 청명절(4월 4~6일) 연휴 기간 소비가 폭발했다며 경제 회복을 향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기 개선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외식비 지출만 놓고 봤을 때는 중국의 소비 심리가 여전히 위축 국면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중국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저가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분석된다. 중앙통신은 "가성비 좋은 메뉴를 최고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중국에서 '총구이(窮鬼) 세트'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구이는 '거지', '가난뱅이'라는 뜻으로, 최근 중국에선 가장 적은 돈으로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메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세계적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널드의 '1+1 세트'가 대표적이다. 원하는 2가지 메뉴를 13.9위안(약 2,600원)의 고정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물가가 치솟던 지난해 말 맥도널드차이나는 모든 제품 가격을 3% 인상했지만, 1+1 세트 가격은 건드리지 못했다. 가격 인상 소식에 1+1세트 가격은 놔두라는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밖에 수도 베이징에만 100개 넘는 매장을 둔 체인 요식업체 난청샹은 죽, 두부, 두유 등으로 이뤄진 3위안(약 560원)짜리 조식 세트를 최근 출시했고, 한식업체인 미춘도 3위안만 내면 쌀밥을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샤오홍슈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난뱅이 메뉴 가이드 라인'이 유행 중이다. "월요일은 맥도널드에서 1+1 세트, 수요일엔 도미노피자에서 30% 할인된 피자, 금요일은 버거킹에서 '반값' 햄버거를 먹으라"는 식이다. 미국 내 화교방송인 NTDTV는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속에서 중국인들은 신중하게 외식 예산을 세우기 시작했고, 요식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실한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