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여행은 변산반도 탐방과 동의어다. 감탄을 자아내는 서해 바다 노을 속에 억겁의 시간 누적된 자연의 신비가 어우러져 있다. 여기에 소소한 체험과 축제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부안의 대표 관광지 변산 채석강으로 향한다. 부안터미널 건너편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소에서 버스를 타면 되는데, 이왕이면 정차하는 곳이 적고 농어촌버스보다 빠른 100번 좌석버스를 권한다.
채석강을 방문하기 전 격포항 물때표(badatime.com)를 확인하면 여행이 효율적이다. 간조 때 바닷물이 빠진 상태가 돼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조에 가까운 시간이면 물이 차서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격포해수욕장에 들어서자마자 채석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퇴적층이 파도에 침식돼 마치 수만 권의 책을 가지런히 쌓은 듯 거대한 층리를 이루고 있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배를 띄워 달그림자를 보며 풍류를 즐겼던 중국의 채석강에서 빌린 명칭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디테일에 놀란다. 해식애와 파식대, 습곡과 단층, 해식동굴과 돌개구멍 등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지질이 나타난다. 하나하나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걸작이다.
부안영상테마파크는 궁궐 민가 성곽 정자 연못 저잣거리를 재현해 놓은 사극 전용 촬영세트장이다. ‘왕의남자’ ‘이산’ ‘추노’ ‘명량’ ‘꽃선비 열애사’ ‘고려거란전쟁’ 등 유명 영화와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었고, 3월 종영한 ‘세작, 매혹된 자들’ 이후에도 꾸준히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
성문을 지나 전통 한옥의 양반가, 초가집과 너와집이 모여 있는 민가를 지나면 왕궁이 눈앞에 등장한다.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과 인정문을 통과하면 대왕대비 조씨를 위한 전각 자경전과 왕의 생활공간 강녕전이 자리한다. 임금과 신하가 회의를 하거나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한 경복궁 근정전까지 그럴싸하게 재현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한복 체험은 무료,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매주 월요일과 촬영이 잡힌 날(사전공지)은 휴무다. 격포터미널에서 걸어서 갈 수 있고, 토·일·공휴일은 부안 마실버스를 타고 궁항까지 이동하면 편리하다.
부안 유천리는 전남 강진에 버금가는 고려청자 주요 생산지였다. 비취색 찻잔을 본뜬 독특한 외관의 부안청자박물관에 고려청자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2층 청자역사실에서는 유천리 7구역 청자가마터에서 발굴한 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청자명품실은 차와 불교, 귀족 문화를 이끈 고려청자의 역사를 살펴본다. 찻잔·찻잔받침대·향완·촛대·정병·발우·벼루·연적·붓꽃이 등 당시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전시하고 있다. 1층 청자제작실에서는 갯벌에 묻힌 유물을 재현한 바다 터널을 지나 청자 제작 및 운반 과정을 살펴보고, 간단한 놀이와 체험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박물관의 진수는 도자기 체험이다. 크기에 따라 2호부터 5호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영상 시청 및 설명을 듣고 꽃이·화병·컵·그릇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나만의 고려청자를 만든다. 손물레에 조소용 점토를 조물조물 쌓아 올려붙인 뒤, 글씨와 문양을 새겨 마무리한다. 박물관 측에서 건조·초벌구이·유약바르기·재벌구이 등 후속 과정을 거쳐 두 달 후 완성된 도자기를 택배로 보내준다. 모양과 색상이 예쁘고 실용적이라 만족스럽다.
박물관 관람료는 성인 3,000원, 도자기 체험은 1만5,000~3만 원이다.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3시, 4시 30분 하루 4회 실시한다. 매주 월요일 휴무, 부안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소에서 내소사, 호암, 영전 방면 농어촌버스를 타고 유천휴게소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변산해수욕장은 하얀 모래와 푸른 솔숲이 어우러져 백사청송해수욕장으로 불린다. 1933년 개장한 오래된 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얕고 넓은 백사장 덕분에 오래 전부터 피서지로 각광받아 왔고, 지금은 오토캠핑장, 야영장, 노을바라기전망대, 비치가든, 노을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사계절 여행지다.
최근에는 일몰과 노을, 야경까지 아름다운 명소로 이름나 있다. 하루를 밝힌 불구슬이 바다 속으로 쏙 빠지는 듯한 해넘이에 이어 수평선 위로 펼쳐지는 붉은 노을이 황홀하다. 어둑해질 무렵이면 노을바라기전망대의 야경이 낭만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소에서 격포방면 100번 좌석버스나 농어촌버스를 타고 변산해수욕장 정류소에 하차하면 된다.
읍내에서 가까운 부안해뜰마을 지방정원에서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제11회 부안마실축제(buanmasil.com)가 열린다. 부안마실효도밥상, 마마스앤파파스 뮤직페스티벌, 최고의 마실을 찾아라, 공룡알타운, 판타스틱 SAMAJAM 등 여행객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해뜰마루는 2011년부터 조성해 온 친환경 생태관광지이자 산림조경숲이다. 부안터미널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