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내 대표적 '친(親) 바이든' 인사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앞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 이어 미국 민주당 내 반(反) 네타냐후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펠로시 전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RTE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가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두 국가 해법'의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 해결책으로 두루 지지받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을 질타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종식된 후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보안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펠로시 전 의장은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을 우방으로 지지해왔다"면서도 "네타냐후의 정책은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임해야 한다. 그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미국 민주당 중진 사이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징후로 해석된다. 지난달에는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계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슈머 대표가 "이스라엘에 새로운 선거가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스라엘 국익을 위해서라도 네타냐후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네타냐후 총리가 반발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슈머 대표 발언에 대해 “좋은 연설”이라고 평가하면서, 두 정부 간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상군 투입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날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라파 진격을 앞두고 인근 지역에 대규모 텐트촌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업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PBC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인근에 줄을 맞춰 들어선 흰색 텐트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피란민 140만 명의 대피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던 상황에서, 텐트에 이들을 수용하고 지상군을 도시에 투입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