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유럽에 적용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안보는 아시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캠벨 부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온라인 대담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통해 역내 동맹국들을 더 체계적인 방어 체제로 묶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아시아의 국방 및 안보 구조는 유럽과 상당히 다르다”며 일축했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다자주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나토의 집단방위 조약 5조 같은 공식적인 방위체로 통합하자는 실질적인 제안은 없다. 그것은 논의되지도, 거론되지도 않고 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인도·태평양에서는 역내 국가들을 하나의 커다란 방위체로 묶기보다 서로 교차하는 양자 및 소(小)다자 협의체들을 여러 개 만든다는 게 현재 미국의 안보 구상이다. 캠벨 부장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가 언급했던 ‘격자(lattice-like)형 구조’를 다시 거론하며, 이를 양자 관계에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한미일 정상회의, 미국·일본·필리핀 정상회의 등 소다자를 추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의 핵·재래식 군사력 증강을 부추겨 안보 문제를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에 의해 수십 년간 유지된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이 여러모로 중국이 부상하고 번영하고 더 발전할 수 있게 해 주는 토대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은 국제무대로 나아갈 때 미국, 일본, 한국, 동남아 국가들을 파트너로 선택했는데 지금은 러시아, 북한, 이란과 긴밀히 협력하는 쪽으로 전향했다”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까지 국제사회 전체를 우려하게 만드는 신호”라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정상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을 ‘국빈 방문 쿼드’라 언급하며 “워싱턴을 떠날 때 이들 모두 자국 내 인기가 상승했다. 미국과의 협력이 여전히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