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혼자 햄버거 주문하고 차표도 끊어요"...키오스크 앞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어르신들

입력
2024.04.24 04:30
13면
에스원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
어르신 위한 가상의 스마트폰 앱·키오스크 체험 교육
8개 삼성 관계사들도 힘 보태


햄버거 주문할 때 찍는 그거(키오스크)를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차표 끊는 법도 배웠어요. 저도 처음엔 어려웠는데, 이제는 잘 되더라고요.
임차숙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 교육생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울노인복지센터 1층 탑골미술관에 총 다섯 대의 '키오스크'가 눈에 띄었다. 진짜 키오스크는 아니다. 각각 패스트푸드점, 병원, 영화관, 주민센터에서 볼 수 있는 키오스크와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ATM)를 본떠 만든 체험용 기기다.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앞에 서서 주저하자 현장의 '디지털 튜터(교육 전문 강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법을 안내했다.

이날부터 이곳에서 3주 동안 팝업으로 운영되는 시니어 디지털 체험 센터는 에스원이 주관하고 제일기획 등 8개 삼성 관계사가 힘을 보탠 사회공헌 프로그램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의 일부다. 키오스크나 스마트폰·태블릿의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에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생활 맞춤형 교육을 통해 '디지털 자립'을 이루도록 하는 게 목표다.



고령층 '디지털 자립' 목표...은퇴 뒤까지 지원


에스원은 65세 이상 취약 계층 노인 300명을 교육생으로 뽑아 지난달 하순부터 디지털 교육을 진행 중이다. 가상의 교육용 앱을 만들어 지도 찾기나 온라인 쇼핑 앱을 통한 상품 구매 등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네이버 지도 앱에서 노인복지회관의 위치를 찾거나, 카카오 T 앱에서 택시를 부르는 시나리오 등을 실습할 수 있다. 입력이 늦어지면 '힌트' 표시로 알려준다.

이날부터 운영되는 체험 센터에선 모의 키오스크 사용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에스원 관계자는 "디지털 교육에 참가하는 어르신뿐 아니라 현장에 온 어르신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체험센터는 서울에서 3주 동안 운영된 후 인천·경기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기초 과정과는 별도로 취업을 희망하는 시니어를 위한 실무 심화 과정도 진행 중이다. 3월부터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진행한 교육 과정을 통해 이미 30명이 계약직 일자리를 구했다. 심화 과정에 참여한 류근옥씨는 "은퇴하고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도전 차원에서 교육에 나갔는데 디지털 물류 담당 일을 맡았다"면서 "저뿐 아니라 더 많은 시니어님들이 행복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 수 있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디지털 교육·체험, 자신감 되찾는 계기 되길"


이날 개소식에는 조배숙 국민의미래(비례대표)·곽상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와 협력 비정부기구(NGO)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황인식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프로그램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조 당선자는 "삼성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나선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곽 당선자도 "시니어들이 실제와 유사한 디지털 생활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궁범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은 "시니어 세대의 생활 속 불편 해소와 일자리 마련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시니어 세대가 디지털 사회에서 불편함 없이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게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