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주거지 근처에 식료품을 살 곳이 없어 곤란한 '장보기 난민'을 줄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에 사는 65세 이상 고령층 4명 중 1명이 장보기 난민으로 집계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서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 조사 결과 65세 이상 고령층 중 장보기 난민은 2020년 기준 약 904만 명으로, 65세 이상 전체 인구의 25%를 넘었다. 2015년 조사와 비교하면 약 10% 증가한 수치다. 75세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면 566만 명으로 전체 75세 이상 인구의 30%가 넘는다.
장보기 난민에 대한 정의는 '거주지로부터 장을 볼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까지 거리가 500m 이상이고, 자동차 사용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이다. 고령화·인구 감소로 상점 폐업이 잇따르고, 버스·철도 등 대중교통 노선도 폐지되면서 장보기 난민도 늘고 있다.
일본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장보기 난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나가사키현으로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41%나 된다. 75세 이상 인구로 좁히면 과반이 식료품을 사는 게 어려운 처지다. 아오모리현, 가고시마현이 각각 37%, 34%로 뒤를 이었다.
도쿄, 오사카의 장보기 난민도 각각 50만 명을 넘는 등 도시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수도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의 경우 약 60만 명이 장보기 난민인데, 이 지역 65세 이상 인구(지난해 기준 약 232만 명)의 25.8%나 된다. 닛케이는 "지방권은 26%, 도시권은 24%가 장보기 난민"이라며 "전국 장보기 난민의 절반 정도가 도시권에 있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는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영양 부족과 건강 악화를 일으킬 수 있어 국민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점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이동판매 차량과 택배 서비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고, 무인 자율주행 버스 실증 실험 등 교통수단 지원에 힘쓰고 있다. 아오모리현 남부에서는 이동판매 차량 덕분에 하루에 지역 주민 50명 정도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
일본 국회는 장보기 난민 관련 정책의 근거가 될 '식료·농업·농촌기본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식료안전보장에 대한 정의를 '양질의 식료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입수할 수 있는 상태'로 규정해 정책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