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중·일 여자바둑 최고수들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진검승부의 장은 한국 주최로 마련된다. 이로써 지난 2018년부터 일본 ‘센코컵 월드바둑여자최강전’(우승상금 8,900만 원)과 중국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우승상금 9,500만 원)로 치러졌던 글로벌 기전에 한국 주최의 한·중·일 바둑 삼국지가 추가될 전망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23일 “올해 8월에 한국과 중국, 일본 여자프로바둑기사들이 참가하는 세계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이 대회엔 한·중·일 각국 3명의 선수에게 출전권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까지 대회 명칭이나 구체적인 대국 방식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총상금 규모는 3억 원에, 우승상금은 1억 원으로 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 후원사인 SG그룹은 국내 종합프로기전인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을 3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바둑계 안팎에선 세계 여자바둑계에서 보여준 K바둑의 위상을 감안할 때 글로벌 대회 개최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K여자바둑은 지금까지 센코컵(2회)과 오청원배(5회)에서 총 7회 우승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여름 벌어질 여자바둑 삼국지의 초대 우승컵 주인 후보군에선 객관적인 전력상 출전이 유력한 한·중·일 3국 랭킹 1위인 최정(28) 9단과 위즈잉(27) 9단, 후지사와 리나(26) 6단 등으로 모아진다. 특히 세계 프로여자바둑계 라이벌인 최정 9단과 위즈잉 9단의 맞대결엔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양국 여자바둑계의 절대권력인 두 선수는 상대전적에서도 호각세다. 최 9단이 현재까지 21승19패(승률 52.5%)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복병도 있다. 한국 여자바둑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알려진 김은지(17) 9단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12월 말 열렸던 ‘제7회 해성 여자기성전’(우승상금 5,000만 원)에서 최 9단에게 승리, 생애 첫 국내 여자종합기전타이틀을 차지한 김 9단은 지난 20일엔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10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5억4,000만 원) 본선에서 중국 바둑의 대세인 구쯔하오(26) 9단까지 격파, 대이변을 연출했다. 중국 랭킹 5위(4월 기준)인 구쯔하오 9단은 지난해 6월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벌어졌던 ‘제1위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3억2,000만 원)에서 세계 랭킹 1위인 한국의 신진서(24) 9단을 꺾고 우승한 초일류 기사다.
‘바둑 신동’으로 유명한 나카무라 스미레(15) 3단의 출전 여부와 활약상도 관심사다. 지난 2019년 4월 일본기원의 영재 특별전형으로 바둑계에 입문한 나카무라 3단은 자국 바둑계 사상 최연소 입단(10세 30일) 기록부터 갈아 치웠다. 특히 지난해 2월엔 '제26기 여류기성전'에서 타이틀 획득에 성공, 일본 바둑계를 뒤흔들면서 자국 내 최연소 우승(13세 11개월) 기록까지 세웠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에서 객원기사로 활동 중인 나카무라 3단은 현재 15승9패(승률 62.5%)로 여자 랭킹 16위에 마크됐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한·중·일 여자바둑 삼국지로 열릴 대회는 향후에도 매년 개최할 예정"이라며 "국내외 여자바둑계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