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야 국회의원 90여 명이 23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집단 참배했다.
일본 지지통신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94명은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봄 제사)를 맞아 이날 오전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 모임 의원들은 집권 자민당과 보수 성향 야당 일본유신회 등 소속으로, 매년 춘계·추계 예대제와 패전일(8월 15일) 등 주요 행사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고 있다.
이 모임 부회장인 아이사와 이치로 자민당 중의원(하원) 의원은 참배 후 취재진에 "대다수 일본 국민이 전후에 태어난 새로운 시대가 됐다"며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며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참배했다"고 말했다. 자민당에서는 모리야마 히로시 총무회장과 가지야마 히로시 간사장 대행 등이 참배했다.
현직 각료 중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은 이날 정오를 넘어 참배했다. 다카이치 장관은 "국책(國策)에 순직한 분들의 영혼에 숭배의 마음을 갖고 참배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번 예대제 때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한 각료는 지난 21일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장관에 이어 2명으로 늘었다.
춘계 예대제 첫날이었던 지난 21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이다. 같은 날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누카가 후쿠시로 중의원(하원) 의장과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상원) 의장도 공물을 봉납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그중 90%가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