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과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국회의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여야를 아우를 중립성 여부는 온데간데없고 '선명성'과 '명심(明心)' 경쟁 양상으로만 치닫고 있다. 여당과 소통보다 총선으로 더욱 확고해진 '1인자' 이재명 대표와 손발을 잘 맞출 의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일찌감치 국회의장직에 도전장을 던진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에게 국회의장을 준비하겠다고 했더니 '열심히 잘하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뜻'이 내포된 의장직 도전임을 은연중에 내비친 셈이다. 이에 덧붙여 조 의원은 "'명심은 나한테 있다'고 해석해도 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당연히 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이 대표와 2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온 점도 내세웠다. 그는 "1년 8개월을 이재명 지도부와 함께하면서 검찰독재, 용산 권력의 횡포에 맞서 당을 지켜냈고, 혁신 공천을 이끌어 내면서 민주당 총선 승리에 일조했다"며 "22대 국회를 개혁국회로 만들고 총선 민의를 받드는 데 있어서는 제가 가장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6선으로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추미애 당선자도 이 대표 지지층에게 구애하고 있다. 추 당선자는 최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의 결심에 달려 있겠지만, 이 대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연임을 겉으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의장직을 위한 이 대표 측 지지를 구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이재명(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이 대표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와 측근들에게 출마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지낸 정 의원 역시 민주당 내에선 의장직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외에도 5선인 김태년, 안규백, 우원식, 윤호중 의원 등도 의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선명성 경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총선 민심을 반영하는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조정식 의원), "국회의장이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추미애 당선자)라는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중립성을 기해야 해 임기 중에는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한 국회법 취지와 어긋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처럼 의장 선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결선투표'를 당내 경선에 도입하기로 했다. 후보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의장, 부의장을 선출할 때 '종다수(從多數)' 득표자를 당선자로 했던 것을 '재적 과반' 득표로 선출하기로 했다"며 "결선 투표자를 도입해,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는 최다 득표자와 차점자가 결선을 치른다"고 설명했다. 의장단 후보와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장은 진선미 의원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