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명심' 경쟁, 민주당 1인 체제 위험 신호 아닌가

입력
2024.04.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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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말 출범하는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다선 당선자들이 이재명 대표와의 호흡과 대여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범야권에 192석을 안긴 4·10 총선 결과를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서라면 민주당 중심의 국회 운영도 불가피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벌써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된 21대 국회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선출된다. 이에 앞서 다수당 내 합의를 통해 선수(選數)와 연령이 많은 의원을 내정하는 게 관례다. 이를 따른다면 6선인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가 유력하나, 정성호 의원 등 5선 당선자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당내 경선으로 내정자를 뽑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의장을 선출할 당선자 중 친명이 압도적인 만큼 후보들이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아무리 국회의장 선출이 다수당 주류에 달려 있다지만, "명심(이재명의 의중)은 당연히 나 아니겠나" 등 지나치게 명심에 호소하는 발언은 볼썽사나울 정도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이다. 선출 직후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 신분이 되는 것은 국회를 다수당 대표나 강경파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중립적으로 운영하라는 의미다. 입법 독주 유혹에 빠지기 쉬운 다수당을 제어하고 소수당과의 합의를 주선해야 할 국회의장이 친정 정당의 당심에 올라타서 입법이 이뤄진다 한들,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비명횡사' 공천 이후 민주당에선 입법 독주나 '이재명 1인 체제'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총선 승리 이후 원내 2당이 맡았던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 17개 상임위원장 독식론까지 등장했다. 대여 협상에 나설 원내대표 후보뿐 아니라 주요 당직도 친명이 독식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견제 세력 없이 불통과 독주로 점철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 민주당 역시 여론을 살피지 않은 채 독주에 나선다면 언제든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