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KIA 서건창 "원동력은 편안함… 팀 순위 보는 게 재밌다"

입력
2024.04.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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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신인왕·MVP 출신 서건창
극심한 부진 끝 선택한 고향팀서 3할대 타율 복귀
KIA 1위 고수 비결은 "자유로움 속 뛰노는 분위기"
"고향 팬들의 좋은 에너지 반드시 돌려드리겠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KBO리그 최초 ‘단일시즌 200안타’의 주인공 서건창(KIA)이 과거 겪었던 긴 부진의 원인을 자가 진단했다. 그는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2012년 신인왕·2014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등에 등극하며 리그 최고 교타자로 우뚝 섰지만, LG 유니폼을 입었던 2년간 타율 0.216 OPS(장타율+출루율) 0.584로 급내림세를 탔다.

2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서건창은 “단순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이 너무 많았다”며 “알면서도 안 되는 게 야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자유계약선수(FA) 3수를 택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고 직접 LG에 방출을 요청했다. 고민 끝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광주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4수생’에게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올 시즌 타율 0.354 OPS 0.992를 기록 중이다. 서건창은 “아무래도 고향팀이라는 데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또 선수들과 합이 잘 맞아 재밌게 야구를 하고 있다”며 “야구장을 오는 게 즐겁다”고 부활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술적인 변화도 있었다. 그는 “비시즌 중에 몸의 중심을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훈련을 했다”며 “그 과정을 거치면서 히팅포인트가 앞쪽에 형성됐다”고 전했다. 바뀐 건 ‘타자 서건창’만이 아니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인 그는 올 시즌부터 1루수를 병행하고 있다. 서건창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 구단에서 (1루수 병행에 대한) 언질을 줬다”며 “그래서 아예 1루수 미트를 챙겨갔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셈”이라며 “팀 차원에서도 시즌 중 생기는 다양한 변수에 대처할 수 있게 된 만큼 (1루 병행이) 어느 정도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IA가 리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선수단의 '멀티 능력'이다. KIA는 나성범(우익수) 황대인(1루수) 등이 부상을 당했지만, 이우성이 우익수와 1루수를 번갈아 보고, 서건창이 2루수와 1루수를 병행하는 식으로 공백을 최소화했다. 서건창은 이에 대해 “선수단 모두 너무 잘 하려고 하기보단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저마다의 장단점을 정확히 인지해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막내 사령탑’ 이범호 KIA 감독의 리더십도 KIA의 독주 비결 중 하나다. 서건창은 “감독님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주셨다”며 “사실 선수들의 실수로 팀이 질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압박이 없기 때문에 (자책하지 않고)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선수단도 감독의 기조를 잘 따르고 있다. 그는 “누군가 나서서 ‘잘하자’ ‘뭉치자’ 등의 말을 한다고 해서 팀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조성된 분위기는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말 그대로 자유로움 속에서 선수들이 뛰어 노는 분위기”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19일 NC전이 대표적인 예다. 연장 10회말 무사 1·2루에 타석에 들어선 KIA 박찬호가 번트를 댔는데, 상대 야수들의 송구가 꼬이는 틈을 타 2루 주자 한준수가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해 4-3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그야말로 주자 스스로의 판단으로 만들어낸 승리였다. 이 장면을 두고 이범호 감독은 “준수가 간이 크다”고 극찬했고, 서건창은 “팀에 어린 선수들이 없는 편이 아닌데, 이 같은 경험이 쌓이면 시즌 중반 이후에 더욱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이 비상하고 있는 만큼 서건창도 개인이 아닌 팀원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요즘에는 그냥 팀 순위를 보는 게 재밌다”며 “경기상황을 보고 팀이 출루를 원할 때는 출루에 포커스를 두고 타석에 서고, 꼭 쳐야 할 때는 과감하게 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향팀 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건창은 “KIA의 일원이 돼서 광주에 오니 거리에서 알아봐주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팬들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반드시 좋은 경기력으로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광주 =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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