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방산 수출 또 위기... "한국 정부에 금융보증 요구할 듯"

입력
2024.04.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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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책은행 부행장 이번 주 방한
법 바꿨지만 금융지원 일시 증액 차질
“K방산 수출금융 제도 고도화할 필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2년 폴란드와 맺은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폴란드가 요구하는 한국의 금융지원 조건이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내에선 한국산 수입을 취소하고 국산 무기를 쓰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폴란드 국책은행 고위인사가 이번 주 직접 방한한다.

21일 방산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파베우 베이다 국방부 차관 등 폴란드 정부 사절단이 22일 한국을 찾는다. 공식 방한 목적은 24, 25일 국산 다연장 로켓포 '천무'의 발사 시연 참관과 국내 방산업체 사업장 방문이지만, 주된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마르타 포스툴라 폴란드개발은행(BGK) 부행장은 사절단 일정과 별도로 23, 24일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수출금융기관을 방문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툴라 부행장은 수출입은행 등에 무기체계 수입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금융보증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정부는 2022년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 전차 980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전투기 48대를 도입하기로 한국과 기본계약을 맺었다. 그 직후 폴란드는 이 중 약 17조 원 규모를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해 먼저 사들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총 12조 원을 폴란드에 빌려주고, 폴란드가 향후 갚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맺은 2차 이행계약이다. 폴란드 정부가 K9 등을 최대 30조 원 규모로 수입하겠다고 했는데,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15조 원)을 기준으로 한 수출금융 한도가 소진된 것이다. 이에 수출금융 지원을 위한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을 25조 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자본금 증액이 향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이어서 폴란드의 수입 대금을 일시에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화 측은 시중은행의 지원도 함께 추진 중인데, 폴란드 정부는 민간 등에서 수입 대금을 빌리더라도 한국 정부가 보증을 할 것을 2차 이행계약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방한하는) 폴란드 측과 보증 여부를 논의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 측은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 수출입은행, 기업들과 협조해 향후 수출에 차질 없도록 지원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2차 이행계약의 금융지원은 오는 6월까지 확정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자칫 어긋날 경우 나머지 수출 물량에 대한 다음 이행계약도 불투명해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 개정으로) 증액한 수출입은행 자본금은 폴란드 수출 계약 일부를 충족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향후 이집트, 중남미 등에 대한 무기체계 수출 가능성을 대비해 방산수출금융제도를 근본적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현종 기자
곽주현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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