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성사되면서 양측은 오늘 시기와 의제를 놓고 조율에 들어간다. 2022년 5월 새 정부 출범 후 2년 만에 처음이라 국민적 기대가 큰 만남이다. 윤 대통령이 19일 이 대표에게 제안한 것처럼, 지금은 일단 만나 소통을 시작하고 국정을 논의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보수층 일각에서 “치욕이다. 저들과 협치? 개도 웃는다”(전여옥 전 의원)라는 식의 불만을 드러내는 건 무책임하다. 대통령과 제1당 대표가 만나 속 시원하게 정국현안을 푸는 자체가 ‘비정상의 정상화’이자 정치복원의 신호탄이다.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해 한 발씩 양보하는 유연한 자세로 실질적 성과를 내기 바란다.
회담에선 민생 문제가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등 시급한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대표는 총선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을 들고나올 예정이다. 총 13조 원 규모가 필요해 민주당은 추경편성을 요구한 상태다. 찬반이 분분한 사안이라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상이한 복지철학이나 정체성까지 관련돼 있어 국민을 위한 창의적 묘수가 나올지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의대증원 등 의료개혁이야말로 당장 국민생명·건강이 달린 사안이라 두 지도자가 해법을 속히 국민과 의료계에 내놓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총리 인선 및 국회 통과,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 등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이 또 다른 정쟁의 시작이 되지 않으려면 상호 진정성 있는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 이 대표는 달라진 위상을 과신해 대통령을 몰아세울 게 아니라 국정협력에 대한 건설적 메시지로 수권정당 대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 대통령도 통 크게 접근해 협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의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총선 민의와 여론을 존중한다면 범야권이 추진하는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등에 대해 긍정 검토하는 변화의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불통 이미지 해소가 절실한 처지 아닌가.
영수회담이 사진이나 찍고 돌아서 서로 딴소리하는 실패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민을 무섭게 알고 상대 의견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기 바란다. 지금 고물가에 허덕이는 민생이나 대외정세가 여야의 ‘무한 충돌’을 용납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