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서도 세상 쓸데없는 이정후 걱정…한국인 빅리거 새 역사

입력
2024.04.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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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부진 딛고 타격 반등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
한국인 빅리거 데뷔 시즌 최장 기록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감을 제대로 잡았다. 안방 첫 홈런으로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인 빅리거 새 역사를 썼다.

이달 초 3경기 동안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시즌 타율이 0.200까지 떨어졌지만 슬럼프를 짧게 끝내고 쉼 없이 안타를 몰아쳐 0.289(83타수 24안타)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인 빅리거 데뷔 시즌 연속 안타 최장 기록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이정후 걱정”이라는 홍원기 키움 감독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이정후는 21일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 홈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안타 2개는 모두 장타였다. 당겨서 홈런을 치고, 밀어서 2루타를 쳤다.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가동했다. 0-1로 끌려가던 1회말 첫 타석에서 애리조나 에이스 잭 갤런의 높은 직구를 잡아 당겨 비거리 111m짜리 동점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안방에서 처음 맛본 짜릿한 손맛이다. 이정후의 시즌 2호 대포는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 원정에서 빅리그 데뷔 홈런 이후 21일 만에 나왔다.

아울러 이 홈런으로 11경기 연속 안타를 쳐 새 역사도 썼다. 종전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데뷔 시즌 연속 안타 기록은 2015년 피츠버그 시절 강정호(은퇴), 2016년 볼티모어 시절 김현수(LG)가 작성했던 10경기다. 커리어 통틀어 한국인 빅리거 연속 안타 최장 기록은 2013년 신시내티 시절 추신수(SSG), 지난해 김하성(샌디에이고)의 16경기다.

이후 세 타석은 범타로 물러났다. 2회말 2루수 땅볼, 4회말 중견수 직선타, 6회말 2루수 땅볼로 아웃된 이정후는 팀이 5-3으로 앞선 8회말 1사 2루에서 1타점 쐐기 적시타를 때렸다. 상대 구원 투수 미겔 카스트로의 변화구를 5개 연속 파울로 커트한 다음 9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결대로 밀어 쳐 3루수 옆을 빠지는 2루타를 날렸다. 시즌 8번째이자, 3경기 연속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다. 이정후가 한 경기에서 2타점 이상을 수확한 것도 21일 만이다.

쉼 없이 안타를 때린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바닥을 찍고 3할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휴식 차원에서 빠진 전날 1-17 대패 충격을 딛고 7-3으로 승리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날 승리 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홈런이 팀 타선에 불을 붙였다”며 “1회초에 1점을 허용한 뒤 갤런을 상대로 곧바로 홈런이 나와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도 홈팬들 앞에서 처음 터진 홈런에 기뻐했다. 그는 “홈런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홈런을 치게 돼 기분 좋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정후 리’를 외치는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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