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섭 정무수석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22일 만나 영수회담 의제와 시기를 조율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 '민생'을 강조해온 만큼 양측 모두 '국민 눈높이'를 우선한다는 방향성은 같다.
다만 이 대표가 요구해온 '전 국민 25만 원 지급'에 정부·여당은 부정적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정해진 건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접점을 찾는다면 회담의 의미가 부각될 만한 주제다. 이와 달리 야권이 밀어붙이는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경우 윤 대통령은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자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대표가 국정 운영 방향을 제안하고 윤 대통령이 경청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관건은 이 대표가 총선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것인지에 달렸다. 이행하려면 정부가 1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경제·재정 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내용이다. 여권 관계자는 21일 “윤 대통령이 총선 직후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서 야당의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바 있고, 당장 추경을 해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건전재정이라는 윤 대통령 원칙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당장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총선에서 대승한 야당의 25만 원 전 국민 지급과 같은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맥없이 뒤따라가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좀 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과 이 대표 두 분이 결정하실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가 무조건 (현금성) 지급은 안 된다 혹은 된다고 가타부타 결정한 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 대표의 포퓰리즘 공약을 비판한 뒤 곧바로 “그러나,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라고 언급한 것도 타협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 법률 개정 등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민생 법안을 양측이 먼저 합의할 수도 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은 사정이 다르다. 사안의 성격상 사전 조율이 쉽지 않은 의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민생과 관계없는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는 강경 입장이 여전하다. 반대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내 목소리를 감안하면 가시적 성과가 없더라도 윤 대통령의 유감이나 사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핵심 사안이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을 통한 협치가 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에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의석상 민주당이 지지하지 않으면 후임 총리 인준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당초 21일 비서실장을 발표하고 이어 총리를 지명할 계획이었지만, 19일 이 대표와 전화 통화로 영수회담에 합의한 이후 인선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