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확대를 올해만 '최소 1,000명 이상' 자율 모집으로 전환하자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에서 문과 과목을 고른 고3 학생들의 비율이 이례적으로 늘었는데, 정책 수정으로 최종 의대 정원은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대폭 증원을 기대해 재도전하는 졸업생(일명 N수생)은 물론 상위권 N수생 유입 여부도 감안해 전략을 짜야 하는 '현역'들까지 눈치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종로학원은 지난달 28일 실시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자 중 사회탐구에서 2과목을 고른 비율이 55.1%로 지난해 3월보다 2.3%포인트 증가했다고 21일 밝혔다. 반대로 과학탐구를 2과목 선택한 응시자는 지난해 대비 2.3%포인트 감소한 44.9%였다. 결과적으로 '문과생'이 늘고 '이과생'은 줄었는데,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실시된 2022학년도 이후 3월 학력평가에서 이과생 비율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상위권 N수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과목들을 피하려는 고3들이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수의 의대들이 정시에서 과학탐구나 미적분, 기하 같은 수학 선택과목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수능을 다시 치러 의대 입시를 노리는 N수생들도 대부분 이런 과목을 공부한 이과생이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에 상위권들이 몰린다고 하니까 고3들은 '오히려 대학 가기 어려워질 수도 있구나' 같은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얼마나 늘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태라 수험생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증원 인원 2,000명을 올해 대입에 한해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게 허용해 '최종 정원'은 각 대학이 신청한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안이 승인되는 다음 달 말에나 확정 예정이다. 대학들이 의대 증원 폭을 50%까지 줄이면 올해 수험생들이 받는 입시 경쟁 압박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주로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시 시즌 4개월 전인데 아직도 대학 정원 윤곽조차 안 나왔다" "입시가 장난이냐"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