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반년 만에 미국 연방하원을 통과하면서, 대(對)러시아 전선에서 밀리고 밀리던 우크라이나군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절박하게 무기 부족을 호소해왔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달리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마침 러시아군의 초여름 대공세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지원 예산이 극적 통과돼, 우크라이나가 반격의 동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 등은 우크라이나가 즉각 지원받을 수 있는 목록에 러시아 미사일·무인기(드론)에 맞설 대공방어 무기 및 심각한 부족을 겪는 155㎜ 포탄 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예산안이 다음 주 상원을 통과한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유럽 내 비축된 재고를 며칠 내 우크라이나 땅으로 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00㎞의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 등이 지원 목록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은 지난해 10월 의회에 제출됐지만 공화당 반대로 묶여있었다. 그 사이 전황은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월 공방전 끝에 동부 도네츠크주(州)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패퇴한 뒤로 계속 밀려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올해 들어서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크기가 약 360㎢로, 미국 도시 디트로이트 면적에 필적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거듭 밀리는 건 병력·무기 부족 탓이다. 이달 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징집 연령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러시아의 압도적 물량 공세에 힘을 못 쓰고 있다. 크리스토퍼 카볼리 미군유럽사령관 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최고사령관은 지난 10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러시아군 규모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보다 15% 증강된 상태"라며 "우리의 초기 추정보다 훨씬 빠르게 재정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UR) 국장은 최근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한 대공세 개시 시점을 오는 6월로 설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격은커녕 전선 유지도 힘에 부치던 우크라이나로선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가운데 극적 통과된 미국의 군사 지원 예산안으로 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영국 BBC방송은 예산안 통과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승리로 이끌 묘책은 아니더라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평화 협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며, 양국이 더욱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러시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타스통신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은)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겠지만 우크라이나를 더 망치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