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논란 후 첫 공개작 '종말의 바보', 리스크 안고 공개한 이유 [종합]

입력
2024.04.19 14:09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
유아인 리스크 안고 공개 선택한 이유는?
김진민 감독의 당부 "시청자들 불편하지 않길"

독특한 세계관과 인류애를 강조한 '종말의 바보'가 시청자들을 만난다. 당초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으나 유아인 마약 혐의 파문으로 이제야 베일을 벗게 됐다. 다만 스토리 전개상 유아인을 편집하지 못한 것이 '종말의 바보'의 발목을 잡을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1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몬드리안 서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안은진 전성우 김윤혜와 김진민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작품은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종말의 바보'를 원작으로 하는 '종말의 바보'는 종말 이후의 재난에 가까운 모습을 그린 여타의 작품들과는 달리, 종말을 앞둔 한국 사회의 이면과 피할 수 없는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조명한다. 여기에 '인간수업' '마이 네임' 등을 통해 섬세하고 노련한 연출 내공을 과시했던 김진민 감독과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의 작품으로 현실에 대한 신랄한 묘사와 탄탄한 필력을 선보였던 정성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어느 날,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의 직접적인 충돌 피해 지역이 된 대한민국은 종말이라는 피할 수 없는 결말을 마주한다. 연일 보도되는 재난 속보와 건물을 둘러싼 시민들의 시위 현장은 종말을 둘러싼 사람들간의 갈등, 안전지대로의 탈출을 희망하는 사람들과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범죄들까지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게 될 한반도의 모습을 예고한다.

김진민 감독은 "독특한 디스토피아 물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 투쟁이 아닌, 종말을 마주하게 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지 묻는 작품이라고 느껴져 연출 욕심이 났다. 이런 작품이라면 잘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은 "시청자들이 보면서 또 다른 공감대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개된 후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원작은 지구 전체를 배경으로 삼지만 정성주 작가의 각색으로 축소됐다. 김 감독은 "드라마를 잘 쓰는 분의 깊은 속내를 느낄 수 있었다"라면서 작업 소회를 말했다.

최근 히어로물의 이야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종말의 바보' 속 소시민들의 영웅적인 면모 역시 주목할 만하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히어로 아닌 히어로가 등장한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작품의 모든 사람들이 영웅이다. 도망가지 못한 이들의 선택이 나온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 이야기는 많이 나왔다. 스스로를 구원하거나 함께 끝까지 하는 것을 선택하는 이들도 영웅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뜻깊고 가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극중 4세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다채롭게 꾸민다. 각 인물들의 서사를 짚으며 다양성을 부각시키는 드라마다. 김진민 감독은 그간 많이 다뤄진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아닌 멸망이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간 과감한 설정, 완성도 높은 연출로 호평받았던 김진민 감독은 '종말의 바보'에서 남은 날을 살아가는 일상적인 모습들에 더 초점을 맞춘다.

드라마 '연인'과 '슬기로운 의사생활', 영화 '시민덕희'으로 사랑받은 안은진은 극중 소행성 사태 발발 후 시청의 아동청소년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지키는 중학교 교사 진세경 역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날 안은진은 "대본을 받은 후 시간이 빠르게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엔딩이 너무나 인상 깊어서 가슴이 두근댔다.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받았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전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선 "종말을 앞두고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품으며 변화하는 인물이다. 때론 주변에 걱정을 끼치지만 세경에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아이들에게 마음을 쏟고 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상상을 많이 했다. '200일 뒤 멸망한다면 상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살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 희생하면서 앞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종말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어떻게 살 것 같냐는 질문엔 "평소처럼 똑같이 일상을 살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을 많이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똑같이 살며 종말을 맞이할 것 같다. 저희 작품에서도 종말을 앞두고 어떻게 사는지 다룬다. 그런 모습이 굉장히 일상적이고 또 희망적일 때 감동스럽다"라고 답했다. 전성우는 "그 순간을 즐기며 하루를 살 것 같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제가 대비를 한다고 해도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 순간을 재밌게 살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김윤혜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다.

지난해 주연 배우인 유아인의 마약 파문이 불거지면서 '종말의 바보'는 공개 보류를 선택했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대마, 코카인, 졸피뎀, 알프라졸람 등 다수의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대마흡연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아인 법률대리인은 유아인이 우울증과 공황장애, 수면장애를 장기간 앓았다면서도 시술과 동반해 수면마취제를 처방받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물의를 빚었지만 '종말의 바보'에는 유아인이 통편집되지 않았다. 예고편에선 등장하지 않지만 본편에서는 일부 조정됐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작품의 흐름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하며 "다만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감독,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모여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재편집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유아인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마약 논란 이후 유아인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진민 감독은 "한동안 작품을 잊고 있었는데 공개하게 돼 반갑다. 다만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안 될 이유가 없었다. 배우의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만들었고 시청자들이 돌을 던질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작품의 주인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 시청자들이다. 함께 할 수 있게 된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제가 초반 3부 편집을 했을 때 마약 이슈가 나왔다. 초반에는 복잡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지나갈 줄 알았지만 상황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제겐 시청자들이 불편한 부분을 최소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분량에 손을 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물을 편집하기엔 이야기의 큰 축이기에 더 들어낼 수 없었다. 많이 불편해하시지 않길 바라는 바람이 있다. 스토리 지장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아인 분량이 일부 조정됐다. 양해해주길 바란다"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한편 '종말의 바보'는 오는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