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원금 까먹은 ELS 6.6조…홍콩H지수 폭락 여파

입력
2024.04.19 11:17
녹인 발생한 ELS 중 홍콩 관련 상품 92%
주요 증시 역사상 고점, "ELS 가입 유의해야"


지난해 손실 발생 구간(Knock-In·녹인)에 진입한 주가연계증권(ELS)의 규모가 6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92%(6조1,000억 원)는 주가가 급락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ELS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요국 증시가 역사상 고점에 도달한 만큼 ELS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녹인형 ELS 발행액은 12조5,000억 원이었다. 이 중 실제 녹인이 발생한 ELS는 6조6,000억 원이다. 거의 대부분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상품으로, 올해 만기가 몰려 있다.

녹인형 ELS 상품은 H지수, 유로스톡스5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만기까지 지수가 기준선(보통 50%) 밑으로 한 번도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확산하면서 홍콩 H지수는 고점 대비 반토막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홍콩 ELS 투자자의 원금 손실도 불가피했다.

반면 홍콩 H지수를 제외한 글로벌 증시는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파생결합증권 상환액은 급증했다. 작년 파생결합증권 상환액은 83조9,000억 원으로 전년(52조 원)보다 31조9,000억 원(61.3%) 늘었다. 발행액은 78조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조7,000억 원(6.3%) 증가했다.

금감원은 홍콩 ELS 사태가 재현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해외 주요 지수는 단기간 내 급상승하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으나 인플레이션, 러·우 전쟁 및 이·팔 전쟁 등 거시적 불안요소가 상존함에 따른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후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안하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