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중국 베이징 2공장에서 만든 '쏘나타 택시(DN8)'를 한국에 들여와 판매한다는 소식에 국내 자동차 업계가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국내로 들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저렴한 가격의 택시 전용 차종을 요구해 온 택시 업계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충남 아산공장에서 만들던 쏘나타 뉴라이즈 택시(DN7)는 수익성이 나빠 지난해 7월 단종했다"며 "현대차 노조도 국내에서 만들지 않는 쏘나타 택시 모델은 수입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쏘나타 중국 생산 국내 공급은 중국 생산·판매 전략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던 현대차 중국 공장이 아세안·중동의 수출 기지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간 100만 대 이상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중국 공장은 현대차의 전 세계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베이징 1∼3공장, 창저우·충칭 공장 등 5개 공장(연간 200만 대 이상 생산 능력)을 운영했는데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고 지난해 충칭 공장도 팔았다. 창저우 공장도 올해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빼도 100만 대 생산은 어렵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도, 미국, 체코 등에도 공장이 있지만 생산량은 중국에 못 미친다.
중국은 또 테슬라를 비롯해 독일,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를 만들어 해외로 보내고 있고, 수요가 늘고 있는 아세안, 중동 등에 바닷길뿐만 아니라 육로를 이용해 수출할 수 있다. 특히 무겁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이 중국에 모여 있다는 점도 전기차 생산 효율화 측면에서 장점으로 여겨진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 35만 대를 한국 등 해외로 실어 날랐다.
앞서 기아는 이미 중국 공장 생산 물량을 수출로 꾸준히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8만5,892대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했는데 이는 중국 내수 판매량(8만334대)을 처음 넘어섰다. 기아는 중국 수출 물량을 2027년 25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수출 대상국 수도 8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송호성 사장은 '2024 기아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 중국 공장을 활용해 신흥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최근 2년 동안 준비 과정을 통해 신흥 시장용 차를 중국에서 만드는 체계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기아는 이달 중국 장쑤성 옌청공장에서 수출용 전기차 'EV5' 생산도 시작했다.
최근 중국산 자동차의 위상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특히 전기차는 중국 업체가 전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만큼 완성도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꺼리기보단 어떤 브랜드가 품질 관리와 성능 등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현대차도 쏘나타 택시를 출시하면서 일반 차량 대비 두 배 가까이 강화된 내구 시험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짚었다.
현대차그룹은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하는 '2024 오토차이나'에 대규모 인력과 참관단을 보내기로 했다. 또 현대차 아이오닉 5N과 제네시스의 고성능 트림 GV60 마그마 모델 등 고성능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참관단은 이번 전시회에서 중국 내수 전기차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야디(BYD), 샤오미 등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의 신기술과 완성도를 살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단시간에 다른 나라에서 중국 공장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기 쉽지 않아 중국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것"이라며 "중국이 최근 글로벌 자동차의 수출 기지로 성장하고 수준 높은 전기차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과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베이징 모터쇼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