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지원특별법 등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정부 부처가 일제히 반대 입장을 내놨다. ‘재정 부담’과 ‘형평성’이 이유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이날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유통법, 세월호참사지원특별법에 대한 국회 본회의 부의요구를 통과시켰다. 걸린 시간은 단 20분. 농해수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지만,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했으니 국회법(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직회부 가능)을 근거로 바로 본회의로 보내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양곡관리법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것을, 농안법은 주요 채소, 과일 가격이 일정 가격 밑으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하는 게 핵심이다. 세월호참사지원특별법은 4월 15일로 만료된 피해자들의 의료 지원 기간을 5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일제히 반대 입장을 냈다.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남는 쌀을 강제 매수하면 농업인이 쌀 생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된다"며 "제도 유지에 막대한 재원이 사용돼 다른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의무 격리 시 내년에 약 1조 원, 2030년 1조4,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연평균 43만 톤이 초과 생산돼 산지 쌀값은 오히려 지금보다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다.
농안법에 대해선 "영농하기 편하고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 쏠림이 발생해 과잉 생산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5대 채소(마늘, 양파, 고추, 배추, 무)에 대해 평년 가격 기준으로 가격보장제를 시행하면 연평균 1조2,0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해수부는 "피해자 의료지원금이 당초 심리 치료 및 트라우마 추적 관찰 취지와 달리 치과·한방치료에 59%가량 편중됐다"며 "유사한 의료비 지원을 받는 국가유공자 유가족 등에 비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신체 치료와 정신 치료를 나눠 구분해 보면, 신체 치료를 받는 경우가 더 많아 의료 지원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수부 입장에 유감을 표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트라우마를 겪으면 몸과 마음 전체가 아픈데, 이를 분리해 보는 정부 인식이 정말 참담하다"며 "면역력 저하,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신체적 고통과 질환 발생률이 높아지는 만큼 정신 치료와 신체 치료를 분리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후군이 오면 제일 먼저 망가지는 데가 치아"라며 "10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농성을 하다 보니 유족 중에 치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