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자문기구가 '플랫폼 기업들이 '맞춤형 광고'(behavioural advertising)를 보지 않는 대가로 이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맞춤형 광고는 단말기에 저장된 위치 정보나 검색 기록 등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노출되는 광고를 뜻한다. 이는 '개인 정보 제공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는 추가로 돈을 내라'는 취지의 요금제를 내놓은 메타에 제동을 건 것이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독립적 자문기구인 EU 개인정보보호이사회(EDPB)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현되는 대부분의 '동의 또는 지불'(Consent or Pay) 모델에서 사용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는 유효한 요구가 아니라고 여겨진다"고 밝혔다. 개인 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아누 탈루스 EDPB 의장은 "데이터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지불되어야 하는 비용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EDPB가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메타를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맞춤형 광고 없는 요금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EU가 '플랫폼 기업이 맞춤형 광고를 위해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 정보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규제를 가하자, 맞춤형 광고로 취해온 수익을 충당하고자 내린 조치다. 오스트리아 기반 비영리단체 유럽디지털권리센터(NOYB)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최대 월 20.99유로(약 3만 원)짜리 요금제를 구독해야 개인 정보가 맞춤형 광고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을 두고 '무료 이용 선택'이 '개인 정보 활용 동의'로 간주되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용자들로서는 개인 정보 활용에 반강제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메타가 이용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네덜란드·노르웨이·독일 관계당국은 EDPB에 메타 요금제에 대한 유권 해석을 맡겼고, 이번 성명이 나오게 됐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메타의 요금제가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DMA) 규정을 위반한다고 보고 지난달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