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야권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각각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를 대통령실이 부인하면서 비선 라인이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야권 인사 기용설과 관련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당선자는 "오래전부터 (언론 논설에서) 대통령실 인사가 이해가 잘 안될 땐 김건희 여사를 봐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도 부연했다.
천 당선자는 "지금 이 얘기들이 인사라인이 아니라 홍보기획라인에서 나온다라는 설이 도는데 홍보기획라인은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좀 세게, 구성될 당시부터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가 제가 알기로 박영선 전 장관이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나름대로 친소관계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께서 현재 참모들에 대해 그다지 만족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와 많은 상의를 하고 계신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박영선 양정철 인사 파동의 진원지를 대통령께서 밝히고 사과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제2의 최순실은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 지금 당장 비선실세를 밝혀 제2의 국정농단을 막아야 한다"며 대통령실 외부 배후설에 기름을 부었다.
윤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의 친분은 익히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013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을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박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을 지지해줬다. 이를 계기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앞서 MBC 문화부 기자 시절 때부터 전시기획자로 활동한 김건희 여사를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낙선한 후 미국으로 건너간 박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하버드대에서 강연했을 당시 현장에 방문했다.
윤 대통령과 양 전 원장과의 인연은 2015년 시작됐다.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 대통령은 2015년 말 대구고검 근무 시절 지인의 주선으로 양 전 원장과 식사 자리에서 만났고, 이후 양 전 원장으로부터 2016년 총선 출마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야권 인사 기용설 배경으로 윤 대통령이 대선 전만 해도 친문(친문재인)계 인사와 가까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냈고, 당시 야권 인사들과도 소통했다. 천 당선자는 같은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정치적 뿌리는 친문이라고 본다"면서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으로 줄어든 시기에 민주당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친문·비명 세력을 합쳐 국민의힘에 부족한 대선 후보를 보충하겠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위해 야당과의 협치가 요구되자 윤 대통령이 야권 인사를 요직에 앉혀 정치적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연일 '내부 갈라치기'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최민희 경기 남양주갑 당선자는 전날 CPBC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양아치 정치"라며 "이건 교란조차 안 될 하수 중의 하지하책으로 본다. 저희는 그까짓 걸로 교란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원장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반성은 없고 흘려보기, 간보기, 위장 협치, 야당 파괴 공작, 그래도 노력을 했다는 꼼수로 결국은 자기 사람 등용하는 사술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협치할 마음이 티끌이라도 있다면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간보기 작전을 펼쳐서 되는 게 아니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야당 대표들과 마주 앉아 협치 선언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