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바로 보기 | 8부작 | 15세 이상
파울로(에드거 라미레즈)는 묘한 인물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자랐고 스페인에서 주로 살고 있으며 스웨덴과 미국, 러시아를 오가며 일한다. 국경을 넘나든 삶을 반영하듯 5개 언어를 구사한다. 매력적인 외모에 바이크를 몰고 다니는 그는 외과의사다. ‘기적의 남자’라는 수식이 따르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완벽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이 중년 남자는 섬뜩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
파울로는 의학계 스타다. 줄기세포와 신소재 기관을 활용한 새 수술 기법으로 주목 받는다. 그의 수술법은 실험으로 검증을 거쳤고, 유명 학술지에 관련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들에게는 복음이나 다름없다. 파울로는 여러 투자를 끌어모으기 좋은 인재다. 유명 의료기관들은 그를 고용해 의학기술을 선도하는 동시에 재정 증대 효과를 노린다. 스웨덴 명문 의대 카롤린스카도 마찬가지다. 파울로를 영입해 여러 도전적인 수술들을 적극 지원한다.
파울로의 활동 영역은 스웨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미국 뉴욕으로도 원정 수술을 간다. 유력 방송사 저널리스트 베니타(맨디 무어)가 파울로를 주목한다. 그가 행하는 ‘기적’을 화면에 담으려 한다. 파울로를 취재할수록 그의 신념과 사명감, 추진력에 빠져든다.
파울로는 정말 환자들을 위해 새 수술법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의사일까. 베니타는 직업윤리를 어기며 파울로와 가까워진다. 결혼 결심까지 한 후에야 의심스러운 점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된다. 베니타뿐 아니다. 카롤린스카의 동료 의사 네이선(루크 커비)과 안데르스(구스타프 함마르스텐)도 파울로의 수술법에 강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환자를 위한다는 파울로의 말은 거짓말이다. 그는 환자를 살리는 천사가 아닌 저승사자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파울로는 승승장구한다. 그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다는 걸 아는 조직과 사람들의 맹신 덕이다. 파울로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려는 베니타와 네이선의 노력은 종종 벽에 부딪힌다.
드라마는 의료 시스템에 질문을 던진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에게 도박이나 다름 없는 수술을 시도하는 게 그나마 나은 일일까. 이기적인 의사가 의술 진화라는 선의를 악용한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파울로와 네이선은 대척점에 서 있으나 비슷한 말을 한다. 모국 이탈리아와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이유로 “의료 시스템 붕괴”를 꼽는다. 아무리 의욕을 가져도 자신들의 나라에선 제대로 된 의술을 펼칠 수 없다는 논리다. 여러 방면에서 선진국을 대표하는 스웨덴이라고 다를까. 파울로는 스웨덴 의료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다. 네이선은 시스템의 무력함에 좌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