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윤 회장 회사끼리 '알펜시아 짬짜미', KH그룹 과징금 510억

입력
2024.04.17 16:00
낙찰 법인·들러리 법인 만든 KH그룹
"사건 담합 주도" 배상윤 회장 검찰 고발
"공공기관 자산 매각 입찰 담합 감시 강화"

KH그룹사 6곳이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담합 혐의로 51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담합을 주도한 KH필룩스·KH건설·KH강원개발·KH농어촌산업 4개 법인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H그룹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징금 510억400만 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과징금 부과 대상은 KH필룩스·KH건설·KH강원개발·KH농어촌산업·KH전자·IHQ 등 6곳이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개발공사가 건설한 곳으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요 경기장으로 활용됐다. 이후 수익이 나지 않는 등 만성 적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자, 강원개발공사는 경영 개선을 위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민간에 매각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입찰 담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강원개발공사는 2020년 3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매각을 결정했지만, 이후 4차례 공개경쟁입찰이 모두 유찰됐고 두 번의 수의계약 절차도 결렬됐다. 사건은 2021년 5, 6월 진행된 5차 입찰에서 벌어졌다. KH그룹사는 5차 입찰에 앞서 강원도 투자유치TF 실무자로부터 예정가격이 1차 입찰 대비 30% 감액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입수한 뒤 담합 계획을 세웠다.

본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이 찾은 방법은 '특수목적법인(SPC) 활용'이었다. KH필룩스는 'KH강원개발'이라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 격 1인 회사를 만들었고, KH건설은 'KH리츠(현 KH농어촌산업)'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 낙찰받을 법인과 들러리를 세울 법인을 각각 만든 것이다. 이후 KH그룹은 계열사(KH전자, IHQ)를 활용해 낙찰받을 법인과 들러리 법인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들러리 법인'이었던 KH리츠는 입찰 가격으로 6,800억10만 원을 써낸 뒤 이 정보를 KH강원개발에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 '낙찰 법인'으로 세워진 KH강원개발은 이후 6,800억7,000만 원에 투찰해 최종 낙찰을 받았다. 배 회장은 담합 과정에서 세부 사항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는 등 이 사건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현재 동남아시아에 도피 중으로, 4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이 사건은 검찰에서도 입찰 방해 혐의로 수사 중으로,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 성격이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매각 과정에서 KH그룹에 특혜를 주는 데 관여했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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