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리자 1400원 직행한 환율, 올 들어 세 번째 급락한 증시

입력
2024.04.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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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미국 긴축 우려…
"환율 상승 압력 당분간 지속"
코스피 -2.28%, 2600선 턱걸이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그 여파로 증시는 2% 이상 급락했다. 중동 전쟁, 미국의 견조한 경제 등 원홧값에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환율 오름세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마감했다. 전날 대비 6원 상승한 1,389.9원으로 시작한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고시한 오전 10시 15분 1,397원대로 급등했고, 오전 11시 30분쯤 1,400원을 찍었다. 전날보다 16원 급등한 수준으로, 2022년 11월 7일(고가 1,413.5원) 이후 첫 1,400원대 환율이었다.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380원을 전날 돌파하자 원화 매도세가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외환당국은 오후 2시 55분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같은 시간 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에 환율은 2원 이상 급락했고, 장 마감까지 1,393원대를 유지하다 막판 1원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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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 원인은 '강(强)달러'다. ①미국 제조업·고용·소비 호조에, 물가 상승률 내림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미국 금리인하 예상 횟수는 2회로 줄어든 상태다. 설상가상 전날 미국 3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0.7% 깜짝 상승했다. 미국의 고금리는 달러 가치를 높인다.

②중동 전쟁, 그로 인한 뱃길 봉쇄로 국제유가가 몸값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최근 몇 년 새 유가와 달러값은 동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③게다가 원화에 영향을 주는 일본 엔화, 위안화 가치까지 떨어지고 있다. 달러당 엔화는 154엔을 돌파하며 1990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된 상태고,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은 연일 위안화 가격을 절하 고시하는 중이다.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강달러를 이끌고 있는 대외 요인이 단기간 내에 완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예상했다.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환율 전고점은 1,444.2원(2022년 10월 25일 장중)이다.

환율 쇼크에 양대 증시 동반 '-2%'

이날 양대 증시는 동반 2%대 하락 마감했다. 원홧값이 하락하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코스피 하락률은 2.28%로 올 들어 세 번째로 높았다. 835개 종목 중 687개 종목(약 82%)이 하락한 가운데, 업종별로는 경기방어주인 음식료업만 0.14% 올라 2,600선을 간신히 사수했다. 마감가 2,609.63이다.

삼성전자도 간신히 '8만 전자'를 지켰다. 종가 8만 원이다. 다만 이날도 외국인이 1,000억 원이 넘게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도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4주 동안 원화 약세폭이 여타 아시아 증시에 비해 컸지만 글로벌 주식형 펀드들은 한국 증시를 가장 많이 샀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외국인 순매도, 코스피 하락'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이 재차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중"이라며 "지정학적 갈등이 오일 쇼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급으로 격화하지 않는 이상 증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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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