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배에 태워서 미안해"… 세월호 10주기 눈물의 '선상 추모식'

입력
2024.04.16 16:33
배 타고 참사 현장 다시 찾은 유족들 
"너무 잔인한 4월 빨리 지나갔으면"
진도 팽목항·목포신항서도 추모 행사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유가족 37명과 4·16 단원고가족협의회가 참석한 가운데 선상 추도식이 열렸다. 참사 지역을 표시해 놓은 노란 부표를 본 유족들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잠시 뒤 추모의 의미를 담은 뱃고동이 세 차례 사고 해역에서 울려 퍼지자 여기저기서 흐느낌과 울부짖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추모사 낭독에 나선 고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권(60)씨는 “너희들을 가슴에 묻은 날이 벌써 10년이 됐다”며 “그 배에 태운 걸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슬퍼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며 “더 이상 부모 가슴 속에 자식이 살아가게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추모사가 끝나고 304명 희생자 이름이 한 명, 한 명 불리자 배는 다시 울음바다가 됐다. 유가족들은 “영원히 잊지 않고 사랑한다”며 국화를 한 송이씩 바다에 던졌다. 유족들의 마음은 여전히 2014년 4월 16일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매년 선상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는 고 우소영양 아버지 우종희(60)씨는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미안해서 그게 잘 안된다”고 했다. 이어 “4월이 되면 너무 울적해 빨리 5월로 훌쩍 넘어가버렸으면 좋겠다”며 “올해도 세월호 유가족 중 한 명이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자녀 곁으로 떠났다”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던 유가족들은 그래도 서로의 등을 다독이며 아픔을 이겨냈다.

선상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목포 북항으로 돌아온 뒤 버스를 타고 다시 목포 신항으로 이동했다.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 신항만에는 별이 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출입구 옆 미수습자 5명의 영정 사진 앞에는 흰 국화꽃이 놓였고, 추모객들은 바래진 리본 대신 샛노란 새 리본을 걸며 애도를 표시했다.

목포 신항에서는 오후 2시 30분부터 ‘목포기억식 행사’가 진행돼 희생자 넋을 위로하는 추모시 낭송과 위령제가 이어졌다. 정다혜양 엄마 김인숙(61)씨는 추모사를 통해 “두려운 건 아이들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며 “저처럼 가족을 잃은 아픔을 평생 짊어지고 갈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주검이 처음 수습됐던 진도 팽목항에서도 추모·기억식이 열렸다. 팽목항 인근 4·16 팽목기억관을 지키는 단원고 2학년 8반 고 고우재군의 아버지 고영환(55)씨는 “희생자들이 수습된 이 자리를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한다”면서 “참사 후 며칠만 있어야지 한 게 벌써 8년이 됐다. 이젠 한 명이라도 이곳에 남아 아이들을 기억할 공간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해 이렇게 있다”고 씁쓸해 했다.


진도= 김진영 기자
목포= 박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