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안 보이는 윤 대통령, 협치 바라는 민심 안 들리나

입력
2024.04.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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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한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육성으로 밝힌 입장이라고 하기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민심의 기대에 턱없이 모자랐다. 총선 민심을 평가하면서 국정 쇄신 의지를 밝히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진심으로 아프게 받아들였다면, 국민이나 언론 앞에서 기자회견 또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진솔한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총선 참패 다음 날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56자 입장문'을 대독시킨 데 이어 그로부터 닷새 후 국무위원 앞에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비공개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발언 내용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이번 총선 결과는 지난 2년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 야당과 협력해 민생을 챙겨달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지만" 등의 화법으로 일관했다. 성난 민심 앞에 '내 탓이오'라고 반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잘했는데, 국민이 몰라준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누가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겠나.

헌정사상 처음으로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이 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 윤 대통령이 국정의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는 민생을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입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총선 전 24차례에 걸친 민생토론회에서 제시한 정책들의 다수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포함한 구체적인 협치 구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야당'이란 말조차 사용하지 않고 "국회와 긴밀하게 더욱 협력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위기감이 없다면 체감할 수는 있는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후 이 대표와의 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모두 다 열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제1 야당 대표를 대화 상대가 아니라 '피의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남은 3년 동안 192석의 범야권을 상대로 한 국정 운영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민생은 더 힘들어지고, 민심은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