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공포' 수도권으로 북상... 서울은 준공 후 빈집 급증

입력
2024.04.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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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7개월 만 미분양 관리지역
안성 이어 평택도 지정 가능성 
업계 "연내 금리인하 무산되나" 촉각

아파트 미분양 공포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청약 무풍지대로 통했던 서울은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9년여 만에 최대로 늘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경기 안성시를 지난 5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HUG는 각 지역의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신규 분양을 억제할 목적으로 매달 미분양 증가 추이 등을 따져 미분양관리지역을 발표한다. 분양업자는 이미 땅을 샀어도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분양에 나설 수 없다. 안성시는 지난해 말 499가구였던 미분양이 올 2월 1,689가구로 3배 넘게 급증했다. 최근 청약을 받은 아파트(경남아너스빌 하이스트 등)들이 잇따라 대거 청약 미달 사태를 겪은 탓이다.

현재 미분양관리지역은 전국 9곳(지방 8곳)이다. 수도권에서 나온 건 7개월 만이다. 서울과 경기 일부 신도시를 제외하면 미분양을 각오해야 할 만큼 수도권에서도 청약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2월 서울·수도권 미분양은 1만1,956가구로 한 달 전보다 17.7% 급증했다.

수도권에서 추가로 미분양관리지역이 잇따를 가능성도 크다. 경기 평택시는 2월 미분양(1,647가구)이 안성시 다음으로 많다. 지난해 말 430가구였던 미분양이 3개월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에도 최근 대형사인 대우건설(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 )이 분양에 나섰지만 청약 신청자(105명)가 모집인원(832명)에 한참 못 미쳤다. 서울에선 악성 미분양 위기가 커지고 있다. 2월 악성 미분양은 503가구로 2014년 8월(504가구) 이후 최대다

총선 등 여파로 지난달 소강 상태를 보였던 분양시장은 이달 본격 재개된다. 이달 쏟아지는 청약물량만 4만 가구로 추산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태영건설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분양에 나선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미분양 우려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분양가 급등으로 분양 차익 기대감이 크게 줄었고, 매매시장 침체로 매매 수요까지 전세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분양 매력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진 것도 업계엔 큰 변수다. 최근 중동 분쟁 등으로 유가가 치솟으며 물가 인상 우려가 커지자 시장은 아예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 반등하는 모양새였지만, 연내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가면 청약시장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는 자금 구조가 취약한 중견 건설사엔 상당한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중견 건설사는 준공 기한 연장과 수주 급감으로 현금 흐름이 안 좋은데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건설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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