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천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는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A2+ 우유 출시회'에 참석해 이렇게 단언했다. 저출산 흐름 때문에 국내 흰 우유 시장 규모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는 A2 우유가 될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이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은 8일 프리미엄 제품 'A2+ 우유'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서울우유의 모든 제품에 A2 원유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용량인 710㎖ 제품은 대형마트 기준 판매가가 3,580원이다. 서울우유 대표 제품인 '나100% 우유' 1,000㎖가 2,980원인 것을 감안하면 용량도 더 적고 비싸다.
A2 우유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서울우유 측은 A2 적용 목장에서 100% A2 유전형질을 가진 젖소에게서 착유했고 살균 전 미생물을 거르는 EFL 공법을 더해 품질을 더 높였다고 강조했다. A2 우유를 취급하는 업체는 전용 목장을 갖춘 연세유업과 호주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쓰는 유한건강생활의 뉴오리진 등이 있다.
A2 우유는 일반 우유의 A1단백질과 A2단백질 중 A2단백질만 보유한 젖소에게서 생산한다. 인간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갖춰 일반 우유보다 맛이 고소하고 소화도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2+ 우유에 대한 유효성 연구를 진행한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우유 섭취 후 중증도 이하의 소화 불편감이 있는 한국인에게서 A2 우유가 소화 개선과 장내 유익균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가 A2 우유에 눈길을 돌린 건 흰 우유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2년 28.1kg에서 2023년 25.9kg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주요 타깃층인 아동 관련 시장은 '텐포켓(Ten Pocket·한 아이에게 열 명의 어른이 지갑을 연다는 뜻)' 현상으로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서울우유가 비싸도 품질이 좋은 프리미엄 우유를 내놓은 이유다. 서울우유는 4년 전부터 80억 원을 투자해 전용 목장을 세우고 A2 유전자원 공급, 형질 검사를 하는 등 신제품 출시를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의 원유를 A2 원유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앞서 연말까지 하루 평균 약 1,900톤(t) 원유 중 3%(50톤)를 A2 우유로 생산한다. A2 원유 교체로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의 우려도 나오지만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금은 소량 생산이라 단가가 비싸나 생산량을 늘려 전체적으로 A2 원유로 바꾸고 나면 단가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가 A2 우유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체 간 프리미엄 제품 경쟁이 불붙을지 눈길이 쏠린다. 아직까지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두 업체는 당장은 기존에 운영하던 프리미엄 제품인 락토프리(유당제거) 우유 판매 확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