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교실 지킴이 된 임경빈 엄마 "맥 뛰던 아들, 그날의 진실 알고파"

입력
2024.04.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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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진실규명 매달렸지만 밝혀진 것 없어" 
기억교실 해설사 활동으로 작은 실천 이어가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지났는데… 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2014년 4월 16일 저녁 차디찬 바다 위에 떠오른 아들 임경빈(당시 고2)군에 대해 얘기하던 어머니 전인숙(51)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경기 안산시 민주시민교육원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전씨를 만났다. 기억교실은 ‘하늘의 별’이 된 단원고 학생 250명, 교사 11명이 쓰던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를 그대로 복원해 마련한 공간이다. 전씨는 2019년 4월부터 5년째 기억교실 안내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전 떠난 그 시간에 멈춘 듯 아이들 사진은 앳된 모습이었다. 교실 벽엔 2014년 4월 달력과 학과 일정표 등이 걸려 있었고, 알림판엔 ‘과제=꼭 돌아오기’라고 적힌 글귀도 보였다. 실제로 아들이 공부했던 4반에서 이날 인터뷰에 응한 전씨는 “참사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게,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일도 의미가 커 해설사 일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2021년 정식 개관 이후 8만여 명이 찾았다.

기억교실에서 전씨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오해가 풀렸다” “진실이 꼭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눈물 흘려주는 방문객을 만날 때면 고맙고 힘이 나지만 유가족을 향해 날카로운 언행을 내뱉는 방문객도 더러 있다. 그는 “아이 채취가 묻은 소품을 함부로 만지면서 ‘이제 지겹다’고 따지거나, ‘언제까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느냐’며 고개 돌리는 사람을 볼 때면 상처를 후벼 파는 고통을 느끼지만, 끝까지 마음을 돌리려 애쓴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온화한 표정을 짓다가도 참사 원인 규명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단호해졌다. “참사 발생 10년이 지났으나 사고가 왜 일어났고, 구조는 왜 늦어졌는지, 구조 지시는 왜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 공식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매달린 건 사고 발생 6년 뒤인 2020년부터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그해 10월 31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발견된 경빈군의 이송 지연 의혹을 제기했다. 맥이 잡혀(산소포화도 69%) 생존 가능성이 있었으나, 현장 헬기로 바로 이송되지 못한 채 배로 4시간 40여 분 걸려 병원에 옮겨져 끝내 사망했다는 결과였다. 눈물을 머금고 아들이 눈을 감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본 전씨는 아들 사진을 품에 안고 그해 11월 청와대로 달려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책임 있는 기관 모두 답을 하지 않았다. 사참위, 검찰 특별수사단 등이 세월호 참사 전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했으나, 침몰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구조 지연 등의 의혹을 산 해경 지휘부 9명도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번째 봄이 찾아왔다.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진 전씨는 지금은 기억교실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작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긴 세월이 흘러 진상규명 의지가 꺾여 좌절할까 하는 두려움에 더욱 힘을 내 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아들을 다시 만날 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제는 정부가 나서 참사 전후의 진상을 밝힐 때”라고 다시 한 번 힘줘 말했다.


이종구 기자